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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간 전해진 영혼의 승리!
<낮은 데로 임하소서> 100쇄 기념판

인간은 원래 세 가지의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그저 단순히 사물을 보는 육신의 눈이요, 그 두 번째는 생각하고 이해하는 마음의 눈입니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밝고 소중한 것은 영혼의 눈입니다.
육신의 눈과 마음의 눈으로는 하나님을 보거나 만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 영혼의 눈으로 써야 비로소 하나님을 보고 만날 수가 있습니다.
-본문에서

그는, 사람에겐 사물을 보는 육신의 눈과 이해하고 생각하는 사유의 눈, 그리고 느끼고 직관하는 영혼의 눈까지, 세 가지 차원의 눈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이제 그 영혼의 눈을 뜨게 되었으므로, 육신의 눈이 어두운 것을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 그 세번째의 영혼의 눈이란 어떤 눈인가. 그리고 그 눈은 어떻게 하여 개인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이 소설은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바쳐진다.
-"쓰고 나서" 중

[본문 159~163쪽 '그 길의 행인들 Ⅰ'중에서]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각성과 용기가 샘솟아 올랐다. 기쁨으로 눈앞까지 환히 밝아 오는 듯하였다.
하나님은 정말로 나를 기억해 주신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나를 떠나지 않겠다 하신 것이다. 강하고 담대하라 하신 것이다. 강하고 담대하라 하심은 당신이 언제나 나와 함께하심을 전제하신 것이었다.
그 강하고 담대해짐의 의미가 무엇인가... 여호수아의 이름과 능력은 한 개인의 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늘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절대적인 조건이 주어져 있었다. 하나님이 없는 개인 여호수아는 아무 능력도 있을 수 없는 무력한 인간의 존재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를 앞세운 하나님의 능력이 함께하심으로써 여호수아는 비로소 강하고 담대해질 수 있었다. 여호수아가 그의 힘의 근원이 하나님이신 것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한데도 나는 지금까지 나의 지식, 나의 재능, 나의 재산과 같은 지극히 찰나적이고 속세적인 것들에서 헛되이 나의 힘을 구해 온 것이었다. 그것들은 진실로 내가 구하고 의지할 힘을 낳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것들은 오히려 나의 눈을 가려 진정한 하나님의 힘과 주님의 십자가를 보지 못하게 한 방해물들일 뿐이었다. 참 빛의 차폐물들일 뿐이었다.
-하나님 용서하소서. 모든 힘의 근원이 이 세상의 것들이 아님을, 모든 힘의 근원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 당신에게서임을 이제 깨달았나이다. 그것으로 이제 제게 진실로 강하고 담대하여 앞을 보지 못하는 괴로움과 두려움을 물리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기쁨으로 회개하고 하나님께 대한 믿음에 근거하여 스스로 두려움을 물리쳐 나갈 길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당연히 내게 앞을 보지 못한 자로서의 새로운 삶의 소명감을 찾게 하였다. 강하고 담대해짐은 무엇을 위해선가? 무엇을 위하여 나는 어떻게 강하고 담대해져야 하는가?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자로서의 나의 소명이 될 터였다. 눈이 먼 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것을 나는 찾아 행하여야 하였다. 육신의 눈을 잃은 대신 하나님께서는 필경 눈먼 자로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어떤 소명을 보여 주실 수 있으리라.
그 소명은 이를테면 나의 새로운 생명의 빛이었다. 육신의 눈을 대신할 영혼의 빛이었다. 나는 그 빛을 찾아야 하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나의 실명은 거기서 까닭이 자명해진 듯싶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선 그저 내게 그것을 보여 주려 하실까, 비탄만 하고 앉아 있는 내게?
그것은 아니었다. 강하고 담대해지라 하심은 그 소명, 그 영혼의 빛을 위해서였다. 그 빛을 나서 찾으라 하심이었다.
-이제 너는... 일어나 이 요단을 건너 내가 그들에게 주는 땅으로 가라..
나는 일어나 그 요단을 건너야 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그것을 찾아야 하였다. 그것을 위하여 스스로 강하고 담대해져야 하였다. 그 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죽음처럼 가라앉은 침묵과 어두움의 벽 속에 비탄과 애원으로 기다리는 일은 아니었다. 비탄과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스스로 그것을 찾아 나서야 하였다..
당장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른 것은 없었다. 어디로 어떻게그것을 찾아 나서야 할지도 아직은 앞길이 막막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런 꼴로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길을 나서 보기로 하자.
나는 일단 집을 떠나기로 작정을 내렸다. 고난이 따르리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길에서 진정한 삶의 소명을 얻는다면, 그 정도 고난쯤은 달게 받아야 하였다. 그것은 차라리 구도자의 영광스런 순례의 길이 될 수도 있었다.
작정을 내리고 나자 나는 더 망설이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이것저것 번거롭게 행장을 차릴 것도 없었다. 나는 곧 장롱 속에서 속옷 몇 벌을 찾아 내었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대로 책상 위에 놓인 트랜지스터 라디오 한 대를 끼어 간단한 행장 보퉁이를 만들었다.
행장을 대강 추리고 나니, 누구에겐가 편지 한 장쯤은 남겨 둬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책상으로 가서 펜과 종이를 찾아 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백지 위에 손어림으로 짤막한 사연을 적어 내려갔다.

눈이 보이지 않으므로 긴 말 쓰지 못합니다.
나는 오늘 주님의 인도하심을 받아 이 집을 떠납니다.
주님께서 제게 소명을 주실 것입니다. 나는 그 주님께서 주실
소명으로 당신의 품안에서 당신의 종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주님이 원하실 때 까진 날 찾지 말아 주십시오.

거기까지 쓰다 보니, 나는 실상 그것이 누구에게 쓰고 있는 것인지 잘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누가 되든 상관이 있으랴 싶었다. 그것은 어차피 이 곳을 맨 먼저 찾아온 사람이 읽게 될 것이었다. 그것이 누가 될지 알 수도 없었고, 또 누가 되어도 상관없을 일이었다. 누가 먼저 그것을 읽게 되든 알아야 할 사람에겐 어차피 알려질 일이었다.
나는 좀더 글을 계속해 나갔다.

집은 그냥 이대로 두고 갑니다. 행여나 이 집으로 찾아올 사람이 있을까 해섭니다. 돌아오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는 그를 위해 이 집이 남아 있어야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거기까지 쓰고 나서 다시 손을 멈추었다. 집을 처분하겠다는 것은 아닌게 아니라 생각조차 해 본 일이 없었다. 집을 그대로 놔 두고 가겠다는 것은 조금도 거짓없는 나의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글을 쓰다 보니 나는 아직도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내가 나간 다음이라도 아내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마음으로 바라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스스로 마음이 허심 탄회해지려 애쓰며 마지막 몇 마디를 덧붙였다.

이것은 맹세코 누가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돌아오든 돌아오지 않든 그것은 전혀 그 사람의 뜻에 달린 일이며, 이제 나의 뜻과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다만 나는 이제 아무도 원망을 하지 않으며, 그로써 스스로를 용서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래야 할 일이 있다면 똑같이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을 남기고자 함일 뿐입니다.

제1부
초원의축제
실락원

제2부
너와 함께 있으리라
그 길의 행인들I
그 길의 행인들II

제3부
사랑을 부르는 빛
낮은 데로 임하소서
에필로그

쓰고나서

"<낮은 데로 임하소서>는 순수 기독교창작소설로 기념비적인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100쇄 출간 작품은 기독교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 기독신문


소설 ‘낮은데로 임하소서’ 100쇄 돌파

기독출판계의 살아있는 고전 ‘낮은 데로 임하소서’(이청준 저·홍성사)가 100쇄를 돌파했다．

지난 81년 7월16일 홍성사 ‘믿음의 글들’ 시리즈 첫번째로 탄생한 ‘낮은 데로…’는 맹인 목회자 안요한 목사(새빛맹인교회)의 삶을 소설화해 20여년 동안 수많은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낮은 곳’에 있는 이웃들에게 믿음의 향기를 전해왔다．

저자 이청준씨는 “눈이 보이지 않는 안목사님의 어둡고 고난스런 삶 속에서 누구보다 밝은 영혼의 빛과 믿음의 향기가 가득함을 보았을 때의 감동과 기쁨을 잊을 수 없다”며 “그의 아름다운 삶의 빛과 향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한편의 글로 썼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나님을 믿게 되면서 얻은 아들이기에 이름도 ‘요한’으로 지어진 안목사는 젊은 시절 교회를 멀리하고 방황하다 두 눈을 잃고나서야 하나님 곁으로 돌아왔다．그는 어둠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됐다．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새빛맹인교회를 세우고 장애인 선교사역에 앞장서게 됐다．

책의 주인공 안목사는 “예수님의 겸손과 사랑을 본받아 아직도 소외되고 낮은 곳에 있는 이웃을 보살피며 주님을 만나지 못한 심령들에게 그분의 사랑을 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이 책이 100쇄 출판을 하게 된 것을 기쁘고 감격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성사는 기독출판계 사상 처음인 100쇄 기념을 자축하며 장정을 더욱 세련되게 제작한 기념판과 함께 어린이가 읽는 동화책 ‘어린이 낮은 데로 임하소서’(조성자 저)를 출간했다．특히 홍성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듣는 책’ 오디오북 ‘낮은 데로’도 제작했다．성우 설영범씨와 함영인 PD가 참여한 이 오디오북은 60분 분량의 테이프 6개로 구성됐다．

홍성사 정애주 사장은 “100쇄 돌파를 맞아 홍보와 자축의 이벤트를 열기보다는 이 책이 담고 있는 낮은 곳의 이웃과 함께하기 위해 시각장애인과 글을 읽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오디오북 등을 기념으로 출간하게 됐다”며 “홍성사는 앞으로 살아있는 책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국민일보 / 2000.12.05. / 노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