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고래를 놓치고 표류하면서부터 자아가 죽는 법을 배우기까지의 지난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그야말로 ‘광야’. 하나님이 허락하신 광야의 시간이었다. 믿음의 선배들이 겸손과 성숙을 배우기 위해 통과했던 여정 ‘광야’. 나 또한 예외 없이 그곳을 통과하며 치열하게 한 뼘 더 자라 갔다. _6면, 광야, 그 어귀에서
“동료들의 조언이 들릴 만큼 네 마음 안에 여백이 좀 더 있었음 좋겠어!” 어느 선배가 조심스레 건넨 조언이었다. 주변 이들과의 소통 속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해 보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틈엔가 내 마음의 여백은 내 생각, 내 감정, 내 경험, 내 의견, 내 소리… 온통 나의 것들로만 가득차기 시작했다. _38면, 표류하다 / 마음의 여백
뛸 수 있는데 멈춰 있어야 하는 곳. 오를 수 있는데 내려가야 하는 곳. 무대도 없고 청중도 없는 곳. 광야… 낭만도 멋도 없는 그곳. 그곳에 오직 하나님과 나만 있다는 사실이 버거웠다. 무대와 청중, 그리고 박수갈채가 목마른 나같은 사람에게는. _86면, 광야에 들어서다 / 멈춰 있기
광야에서는, 내가 한 걸음 물러나면 동료가 두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었다. 내가 한 계단 내려오면 동료가 두 계단 오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그런 공간과 발판을 마련하는 법을 익힌 후로는 내 안에 새로운 ‘수동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앞장서고 싶은 만큼 물러나고 소리 내고 싶은 만큼 침묵하고 명령하고 싶은 만큼 지지하는… 강한 만큼 약해지고 단단한 만큼 부드러워질 수 있는 그런 수동성. _154면, 여물어 가다 / 능동적 수동성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바뀌자 일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는 시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넥타이에 서류 가방. 목에 걸린 사원증을 휘날리며 묵묵히 자신의 일터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그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헌신하는 수많은 직업인들.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위대해 보이던지. 모두가 위대한 선교사 혹은 훌륭한 목회자로 비춰지곤 했다. _200면, 기적을 맛보다 / 성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