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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자전소설 우리가 어려울때, 그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었다. 상한 영혼을 치유하는 저 낮은 곳의 일꾼 김진홍 목사. 몸과 마음을 다하여 기적같은 일을 이뤄낸 감동의 이야기 "나는 청계천 둑 위를 걸으며 상상했다. 지금 예수님께서 서울에 오신다면 어느 곳부터 방문하실까? 분명 세종로나 명동 같은 곳은 찾지 않으실 거다. 이 악취나는 청계천을 찾으실 테지. 예수님은 지금 내가 걷고 있는 둑길을 걸으며 말씀하실 거다. 수고하거 무거운 짐진 판자촌 주민들이여, 다 모이시오. 내가 여러분들을 푹 쉬게 하는 동민 위안의 밤을 령어드릴 것이오. 그렇게 말씀하시고 예수님은 밀가루 다섯 포대와 동태 두 마리로 청계천 주민들을 배불리 먹이실 것이다." -지은이 김진홍

내 마음의 고향

내가 태어난 곳은 경상북도 청송땅이다 청송이라면 이름 그대로 산 깊고 골 깊기로 유명한 곳이다. 청송에서도 안덕면 사부실이라는 산골 중의 산골이 내가 나서 자란 마을이다.

1941년 온 마을이 보리베기, 모내기에 한창이던 초여름 6월 열여드렛날에 나는 태어났다. 네 살 위의 형과 두 살 위인 누나에
이어 셋째였다.

당시 아버지는 일본 도쿄에서 택시 운전사로 일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모범운전사쯤 되셨던 것 같다. 일본에 사시던 어머니는 나를 낳으러 고향에 오셨다가 산후조리가 끝난 후 다시 일본으로 가셨다.
나는 태어나서 며칠 뒤 곧바로 도쿄로 갔고,다섯살까지 도쿄 신주쿠에서 낫토나 우메보시 같은 일본음식을 먹으며 자라났다. 신주쿠에서 자라났다고는 하지만 내 기억에는 집앞에 작은 언덕이 있던 희부연 풍경밖에는 기억이 없다. 아무튼 내게 고향이란 한국의 청송과 일본의 도쿄가 되어버린 셈이다.

우리 가족이 귀국선을 탄 것은 1945년 해방되던 해 가을이었다. 그때 아버지는 일본에 남고, 어머니만 우리들 사남매(형 누나, 나, 세 살 아래 남동생)를 데리고 귀국하셨다.

그때 헤어진 아버지는 다시 뵐 수 없었다. 몇 년 후 일본땅에서 병사하여 한줌의 재로 돌아오셨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유골을 산에 묻었다. 마침 비가 그치고 무덤 아래 골짜기에서 무지개가 일어 하늘로 뻗치는 것을 보고 어
머니는 "아버지는 저 무지개 타고 천국으로 가셨다" 하시며 눈물지으셨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다섯 살때 헤어졌으니 어렴풋이라도 기억에 남아 있을 법하건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아버지는 비록 학력이 없었지만 독서를 즐기셔서 식견이 넓었다고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가끔 톨스토이, 레닌, 가가와 도요히코, 우치무라 간조 같은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그런 사람들 이야기를 언제 알게 되었느냐고 물을라치면 어머니는 "너의 아버지한테서 배웠제. 아버지는 수시로 책을 사다주며 읽으라 권했고, 읽은 후에는 독후감을 써서 서로 나누었다"고 하셨다.

그 영향 때문이었던지 어머니는 우리들이 어렸을 적부터 책읽는 습관을 강조하셨다. 우리 형제들이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면 심하게 꾸중하시는 어머니였다.

"사람이 그렇게 시간을 헛되게 보내면 장래성이 없다. 한국이 일본에 뒤지는 것도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제 책읽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라고 늘상 강조하셨다.

1 내 영혼의 지진

내 마음의 고향
한국전쟁, 아이들의 전쟁놀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약장수 방랑기
예수, 지가 뭘 믿었노
폭풍 속으로
만리동 고갯마루
내 영혼이 지진이
낮에는 커닝하고 밤에는 방언기도
판자촌에 들어가다
느그덜이 천당 가면 나는 만당 갈 끼다
1971년, 아, 활빈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