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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교회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

교회에 대한 놀랍도록 솔직하고 속깊은 이야기!

필립 얀시, 그도 한 때는 교회에 대한 실망으로 교회를 떠났던 아픈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오랜 모색과 고뇌 속에서 발견한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지상의 은혜공동체, 교회의 한계와 희망, 그리고 그 교회를 향한 전격적인 투신과 새로운 전망의 획득, 그 후 마침내 힘겹게 도달한 화해의 경지가 드디어 우리 앞에 펼쳐진다.

"그러므로 교회란, 그것도 하나님의 교회란 한없이 크고 한없이 작다.
그토록 크므로 겸손한 자들이 와서 높임 받는 곳, 그토록 작으므로
높은 자들이 낮고 낮아져야 들어올 수 있는 곳, 교회란 실로 이와 같다."

"우리는 비록 작곡가가 애초에 구상한 음에는 결코 이르지 못하겠지만
불완전한 그 음이나마 세상에 들려줄 사람은 우리 외에는 없다."

전세계가 한국 교회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세월 동안 선교사들의 헌신적이 사역의 은혜를 입었던 한국 교회가 이제는 스스로 일어나 다른 나라에 선교사를 파견함으로써, 하나님 나라에 새생명을 불어넣고 통찰력을 부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나의 책이 한국 독자들과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무척 흥분하였다.
그러나, 내가 속한 미국문화의 맥락에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이야기나 비유 중 일부는 한국 독자들에게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쓴 글을 한국 문화에 보다 직접적으로 적용하고자 애쓴 여러분의 인내와
이해심에 감사드린다.
나는 고통의 문제, 하나님께 대한 실망 같은 신앙 주변부의 주제들로 나의 저술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수, 은혜, 구약, 교회에 대한 책들을 통해 좀더 중심문제에 다가가고 있다. 물론 한국 교회는 유럽이나 북미 교회와는 다른 지역에 있다. 이제 한국 교회에는 새로운 땅을 갈아 신선한 씨앗을 뿌리고, 많은 이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도하는 열매를 맺을 기회가 주어졌다. 나의 책이 한국 교회의 그러한 사역을 돕는 데 작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면 내겐 큰 영광일 것이다.

-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 중에서

[본문 68~72쪽 '제2장 하나님께서 생각하신 교회'중에서]

러셀 스트리트 교회는 애초부터 좀 유별난 교회였다.
이 교회에 처음 출석한 날이었다. 우리들 바로 앞좌석에는 중년쯤 되는 흑인 여성과 딸인 듯 싶은 열서너 살 정도의 소녀가 앉아 있었다. 우리가 찬송을 부르려고 일어서자, 앞좌석의 소녀가 몸을 돌려 이를 하얗게 드러내고 웃었다. 우리도 조용한 미소로 응대했다. 그러나 소녀는 우리를 계속 쳐다보며 내내 웃고만 있었다. 조금 이상한, 심하게 말하면 조금 모자란 아이 같았다. 찬송가는 이미 4절로 넘어 와 있었다. 소녀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치맛단을 잡고는 머리 위로 훌러덩 뒤집어 제 몸을 드러내었다. 자기네 교회에 처음 오신 손님을 환영한다는 얘기.

그 후로 2-3년간 아내와 나는 러셀 교회의 괴짜들을 대충 헤아리게 되었다. 어느 주일인가는 한 남자가 럭비공을 들고 와서 제단의 목사님을 향해 던졌다 (목사님은 그 때 성찬용 포도주잔이 가득 담긴 쟁반을 앞에 두고 축사기도를 하고 있었지만, 공이 날아오는 순간 마침맞게 눈을 떠 피했다). 또 어떤 주일에는 노숙자 한 사람이 들어와서 성찬용으로 준비해 둔 엄지손가락 반만한 포도주잔들을 모조리 비워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 사람은 필시 술인 줄 알고 마셨겠지만 당시 우리 교회는 포도주스로 성찬식을 거행했다. 또 한번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두른 술집 여인 하나가 강대상을 돌아다니며 소동을 피웠다. 그 날의 설교자는 마침 외래 강사였다. 여인은 가게에서 파는 우유에서 독이 나왔다며 설교자를 향해 큰 소리로 떠들었다.
어떤 중년 여인을 기억한다. 여인은 그 날 우리 교회를 처음 방문했고, 내 옆에 앉았다. 나이는 오십 어간. 비단 블라우스에 비로도 치마, 다이아몬드 귀고리, 우아하게 빗어넘긴 머리. 외모가 하도 품위 있고 아름다워서 나는 깜빡 속을 뻔했다. 여인이야 몰랐겠지만 우리 교회에는 그리스도의 강림을 기원하는 촛불 점화식 전통이 있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노인 한 분이 엉뚱한 초를 가지고 와 점화했다.
지켜보던 여인은 벼락같이 웃어제꼈다. 나는 그제서야 여인의 균형감각에 약간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노인은 웃음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여인은 조금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사과했다. 자기는 아름다운 분홍색 초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노인이 반토막짜리 자주색 초를 꺼내는 바람에 애들처럼 웃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내 쪽으로 몸을 숙여, 그런데 저 우중충한 반토막짜리 초는 왜 켜느냐고 물었다. 나는 우리교회의 촛불 점화식 전통에 대해 설명하려고 했으나 헛수고였다. 말도 안 된다고, 이런 예식에 어떻게 쓰다 남은 초를 사용하느냐고.
방문객은 그 때부터 예배시간 내내 불평불만을 실황중계하듯 토로했다. 목사님이 성찬 떡을 가르자, 여인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요새 새로 나온 성찬 떡이 얼마나 품위있고 깔끔한데 저렇게 촌티 나는 떡을 그대로 쓰느냐고 했다. 회중들이 성찬 떡과 잔을 받기 위해 앞으로 나가면 여인은, 왜 다들 저렇게 바보들처럼 굳었느냐고 비웃었다. 광고시간에 의사 한 분이 나와서 에이즈 퇴치 모임을 결성했다고 알리면 여인은, 교회에서 불경스럽게 에이즈 얘기를 한다며 불퉁거렸다. 그리고 설교시간에 목사님이 '야웨'라는 단어를 말하자 여인은 급기야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아직도 저렇게 원시적인 용어를 쓰는 목사님이 있느냐, 저 양반은 말도 안 되는 구식이라고.
예배가 완전히 끝나자, 여인은 밍크코트를 걸치며 자신을 '비키'라고 소개했다. 그리고는 최후의 감상을 덧붙였다. 이렇게 이상한 예배는 생전 처음이다. 이 교회 사람들은 정말 질린다. 왜 도무지 웃는 사람들이 없는 거냐고.
나는 우리 교회의 특수한 면을 좀 설명해 보려고 애썼지만, 당신이야말로 중요한 질문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유야무야 말을 거두어들였다. 어떻게 생겨먹은 교회가 이러느냐는 여인의 질문. 그것은 곧 이렇게 다양한 양태를 보일 수 있는 교회란 도대체 무엇이냐는 물음과 통한다.


말 찾아 들어가기
러셀 교회처럼 가난한 자들이나 노숙자들 혹은 괴짜들을 내치지 않는 도심지 뒷골목의 교회에는 언제나 예배를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그러한 방향을 취한 교회들이 어차피 감수해야 할 조건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내 유년시절의 교회처럼 일사불란하게 통제되는 곳에도 계시지만, 러셀 교회처럼 소동과 혼란을 떠안으며 가까스로 유지되는 곳에도 계신다. 러셀 교회에 적을 둔 몇 해 동안 나는 이 점을 배웠다. 유진 피터슨이 본 대로, 교회란 공히 신비와 혼란이라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고린도 교회에 보낸 바울의 서신을 읽을 때마다 나는 러셀 교회와 같은 도심지 교회들을 생각한다. 고린도 교회 역시 가까스로 통제되는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주조를 이루었다. 서신은 고린도 교회 회중들의 구성을 상술한다. 유대인 장사꾼, 떠돌이 집시, 그리스인, 매춘부, 이교도 우상숭배자 등의 사람들이 있었다. 신약성서 어느 책도 고린도 서신만큼 강렬한 어조로 말하지는 않는다. 바울은 교회분열을 엄중히 경고했고, 근친상간을 거세게 비난했으며, 주님의 만찬이 무법천지의 식탁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싸웠다.
이 정도면 당시 고린도 교회의 혼란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일이다. 고린도 교회에 비하면 러셀 교회는 아주 얌전한 편이다.
고린도전서의 저작연대는 사실상 신약성서의 거의 모든 책에 앞선다는 것이 대다수 학자들의 생각이다. 앞부분 몇장에서 사도는 근본적인 질문 하나를 붙들고 씨름한다.
"'교회'라고 부르는 이것은 대체 무엇인가?" 바울은 유대교에 대해서는 결코 그와 같은 질문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생각으로, 문호, 종교적 전통, 인종, 심지어는 예배자들의 외양적 특징 따위로 확립된 유대교의 정체성은 이미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의 교회란 무엇인가?
하나님께서 애초부터 생각하신 교회의 모습은 무엇인가?
그분의 깊은 마음은 무엇인가? 고린도라는 어수선한 정황에서야 대답이 분명치 않았으리라. 그리고 거의 스무 세기나 지난 오늘날의 내게도 대답은 여전히 모호해 보인다.
바울의 고린도 서신은, 특히 말을 찾아가는 방식에서 망설임을 보여준다. 그는 확실히 단번에 딱 떨어지는 말을 못한다. 그는 망설이고 유예하는 방식으로 하나씩 적합한 말을 찾아 들어간다. 너희는 하나님의 발이다. 3장에서 그는 일단 그렇게 말해 놓고 잠시 그 비유를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나는 심는 농부요 다른 이는 물을 주는 사람이다. 아, 한편으로 생각하니 너희는 하나님의 집이다.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
서문

제1장 왜 교회를 붙들고 번민하는가?

버팀벽을 배회하다
나는 어떻게 교회 회의론자에서 옹호자로, 예배 구경꾼에서
참여자로 변했는가?

위를 보고
강대상 너머 하나님을 향해 / 2류의 시에 3류의 음악 /
예배란 집주인이 누구인지 기억하는 행위

주위를 보고
내가 싫어서 떠난 유년시절의 교회 / 왜 나는 갑자기 주일 아침을 고대하게 되었는가? /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의 유쾌한 다양성

밖을 보고
이웃의 절박함에 손 내미는... / 주택가의 자족하는 교회 /
나눌수록 풍성해지는 사랑

안을 보다
우리의 아돌프스 / 싸늘한 비평과 경쟁의 독을 제거하시고 /
아무리 잘난 짓을... 아무리 못난짓을 해도 / 흰둥이 목사들의 집을 모두 불살라 버리소서

호숫가의 새로운 표상
세상천지에 둘도 없는 공동체 / 처음 받은 은혜가 그렇듯


제2장 하나님께서 생각하신 교회

말 찾아 들어가기
러셀 교회의 괴짜들 / 비단 블라우스에 비로도 치마

하나님의 열두 단계 모임
익명의 금주회 / 초콜렛 중독자 모임 / 술이 아니라 술중독자를 찾아다니겠다!

하나님의 운전면허시험관리단
뚱뚱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 폭스 아저씨와 페이톤 아줌마 / 교회, 갑남을녀가 모여..

하나님의 응급실
교회... 고통을 들고 오는 곳 / 목발 종교 / 버림받은 데보라 /
영적 음식의 유구한 이동

하나님의 고가철도
밖으로 드러나는 간명한 복음, 안으로 한없이 깊어지는 신비 /
하나님의 교회란 한없이 크고 한없이 작다 / 촌구석의 무지렁이들

하나님의 가족
단순히 싫고 좋고를 떠나 / 강한 자들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
아픈 자식이 나을 때까지는...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올 때 까지는

하나님의 선수대기실
광란의 3월 / 자유튜 지점에 서서... / 절대절명의 긴장감

마지막 비유 하나
하나님의 복지관 / 오사리 잡놈들이 모인.. / 그리스도의 몸... 정확하다 못해 압도적이다


제3장 벽을 넘어서

나의 왼발
섬세함과 둔감함 사이에서 / 더 이상 뒤뚱거리지 않아도

눈물을 먹다
소아병동의 말기환자 / 머리털이 죄 빠진 아이 / 눈물젖은 팝콘 /
기다려주는 사람 없이는

눈물로 깊어지는 마음
눈물을 먹고 먹어도 / 슬픈 허깨비 / 사소한 삶의 기쁨에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
고통에 여리고 섬세한 마음은.. / 잔뜩 교만해질까봐!

고통의 완충장치
타인의 고통에 헌신한 사람에게는 / 소금중독증 / 하나님은 공평하므로 삶도
공평해야 한다? / 하나님의 일.. 4만원짜리 고지서 / 가난과 죽음의 거리 캘커타

그래도 애쓰는 자가 내는 소리
실수하며 그르치더라도 / 교회보다 적절한 것은 없다 / 불완전한 음이나마
세상에 들려줄 사람은

교회는 다른 세계서 살아온 사람들이 말씀안에서 새로운 완전체 만드는 곳

주목받는 기독작가 필립 얀시가 새 책을 내놓았다．제목은 ‘교회,나의 고민 나의 사랑’(요단)으로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등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미국 기독출판협회가 수여하는 황금메달상을 탔다．

원제(Church:why bother)가 암시하듯 이 책은 교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어린 시절부터 모범생으로 신앙의 정도를 걷던 얀시가 한때 교회를 떠나야 했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신앙은 뜨겁지만 교회의 기존 구조는 싫고 자신의 자아도 완전히 버리기 힘든 이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얀시는 이 책에서 모든 세속적 행위를 금기시하는 교회의 행태와 회중들의 위선적 행동 등이 교회를 멀리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하지만 기독교는 조용하게 내적 성찰을 꾀하는 종교가 아니라 회중들과 함께 하는 종교라며 이같은 태도를 버릴 것을 주장한다．

우선 그는 교회를 놓고 번민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교회에서 진정으로 신경써야 할 것은 다른 것이라고 얀시는 말한다．위로 하나님을 우러러보며 성스런 신앙생활을 다지고,주위를 살펴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펼치는 놀라운 인생을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그리고 밖으로 눈을 돌려 교회 밖 세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안을 보아 교회 내부의 문제를 신앙인끼리 치유할 것을 권한다．

얀시는 교회를 회중들이 모여 단순히 교분을 맺는 장소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교회는 각각 다른 세계서 살아온 개인들이 모여 말씀과 신앙안에서 새로운 완전체를 만드는 곳이라고 말한다．하나님의 가족들이 모여 각종 역경을 이겨내고 환한 집을 만드는 곳이 교회라는 것이다．

그런 집을 지은 뒤 세상으로 나가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얀시는 말하고 있다．하나님의 뜻을 세상에서 구현하는 것이 진정 하나님의 원리라고 주장한다．

교회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나누고 실천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 곳에서 고통을 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얀시는 단언한다．

- 국민일보 / 2001. 3. 22. /이병모기자 ea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