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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불의 강'(Fever-bach)을 건너지 않고 진리와 자유로 가는 길은 없다. 神을 보고 싶다. 미치도록 보고 싶다. 오, 어서 내게 다가오시라. 神이여, 그대를 만날 수만 있다면 기꺼이 '불의 강'을 건너리다.

I 부
지옥바닥 기어다니듯 보냈던 신학교 시절
1.10년 만의 귀향
2.아, 내 얘기는 이 복숭아동산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보다
3.복숭아동산의 침입자
4.너는 어쩜 나와 똑같냐
5.똥 묻은 오리궁둥이
6.나, 황병태. 신학교에서의 하루
7.예수님도 화장실에 갔을까


Ⅱ 부
아웃사이더
8.돈키호테와 산초 그리고 산초 동생
9.성경 읽기
10.검증받지 못하는 것은 마땅히 의심해 버려라 - 신학수의 잠언
11.안다는 것과 믿는다는 것
12.나는 의심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나는 믿는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13.예수, 그를 존경하나 숭배하지 않았다
14.봄에 생겼던 두 가지 사건
15.내가 본 장노환, 인사이더의 노래
16.신앙이냐, 이성이냐
17.잡놈, 변팔봉
18.재칼과 하이에나


Ⅲ 부
캠퍼스 블루스
19.우리를 슬프게 했던 것들
20.아웃사이더의 슬픔
21.자원이의 순정 블루스
22.조미니와 구멍난 청바지
23.하나님 어머니 안녕하세요
24.축제 전야제
25.축제, 장노환 신화의 시작
26.장노환, 그 광기


Ⅳ 부
우리들의 오류
27.누구나 알고 있으나 말하지 않은 이야기
28.그들은 천사가 아니었다(Ⅰ)
29.그들은 천사가 아니었다(Ⅱ)
30.그러나 한 명쯤은…
31.바닷속 같은 신학교
32.조기, 아귀가 있고, 홍어가 있고, 문어와 망둥이, 꼴뚜기 그리고…… 송사리……
33.찾은 자, 찾으려 하는 자, 방관자(傍觀者)
34.개학
35.자원이가 받았다는 방언
36.자원이 이단에 빠지다
37.영생불사교 -믿으면 죽지 않으리라
38.자원이는 믿음도 좋아
39.예수 무당
40.귀신 쫓기

Ⅴ 부
실존을 찾아서
41.추적추적 비 내리던 날, 신학수 떠나다
42.무신론자의 수첩
43.신학은 신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44.성경은 무엇인가
45.기독교도, 그들의 판단은 옳았는가?
46.신은 유치한 환상인가
47.이성의 결말
48.실존에 눈뜨다
49.이성으로 찾은 마니교, 이성으로부터 도피 - 신비주의

이창훈, 그가 그 '불의 강' 속에 빠져 활활 타오르며 우리를 손짓하고 있다.
바로 저기, 저 건너편에 神의 영토가 보인다고..
- 문학평론가 오순호

가볍게 떠나는 神에 관한 심각한 질문 여행

Ⅰ. 신과 나의 실존을 찾아서
神은 존재하는가?
神은 누구인가?
이 물음은 언제나 이창훈 문학의 화두였다. 그의 장편소설 「베고니아」, 「붉은 소금」도 이 화두를 가지고 간접화법으로 쓴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창훈은 이 책 「불의 강」에서 직접 그 물음을 하고 있다. 神은 존재하는가? 神은 누구인가?
神의 문제에 관해 그간 우리는 몇 가지 태도를 취했었다.

첫 번째, 神의 가치에 아예 관심을 갖지 않았다. 神은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어떤 환상적 관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은 얼마나 무책임한 인생의 태도였나? 神을 찾지 못하고 아니, 그 문제에 대해 고민도 하지 않고 나의 존재적 실존은 어떻게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인가? 그것은 이창훈이 「불의 강」에서 말한 대로 아버지를 찾지 못한 우주 미아의 모습이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神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은 처절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실존을 거기서 확인하고 있다. 이런 큰 줄거리로 「불의 강」은 神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 스스로 실존을 확인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실존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두 번째, 그간 神에 관한 우리의 태도는 불가지론이었다. 알 수 없는 문제, 풀리지 않을 것에 관해 왜 관심을 두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창훈은 이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불의 강」 등장인물들은 神은 존재하는가, 神은 무엇인가? 계속 질문을 하며 답을 찾고 있다.

「불의 강」 주요 등장인물들은 우리 주변에도 볼 수 있는 부류들이다. 장노환, 그는 근본주의 입장에 서서 현재의 기독교를 옹호하는 인물이다. 신학수, 그는 자유주의 입장에서 이성을 의지한 채 현세의 기독교를 비판하며 神을 찾아간다. 변팔봉, 그는 어떤 이론보다도 실천을 통해서만 神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고 神을 찾아간다. 그리고 아무 관심이 없었던 주인공 황병태는 이들 등장인물들과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며 神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이들 인물들이 신을 찾아가는 것이 「불의 강」의 줄거리이다. 이처럼 이창훈은 불가지론에 빠지지 않고 그의 소설을 통해 神 존재를 확인하고 神을 설명하려 든다.

세 번째, 그간 우리들은 神의 존재를 알려는 것에 지식의 어려움을 들어 멀리했었다. 神, 종교, 철학 같은 것이 우리 문학의 소재가 되지 못했던 것도 이 점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창훈은 이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불의 강」은 독자들을 쉽게 神에게 접근시키고 있으며, 웃으면서 또한 어떤 감동으로 神의 문제를 풀어 나가고 있다. 문제를 가볍게 다루었다는 것이 아니라 난해한 것을 이 작가는 쉽게 이해시키는 능력을 가졌다는 얘기다.

神 존재에 관해서는 믿는 자와 안 믿는 자가 있을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믿는 것, 믿지 않는 것에 의심을 갖지 않는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 간에는 어떤 대화도 막혀 있다.

사실 神의 존재는 의문에 부쳐진다. 그렇지만 그의 비존재 역시 의문에 부쳐진다. 神 신앙은 입증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신론도 입증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神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확인하는 일은 불가능한가? 철학에 입각해서 보거나(포이에르바하) 사회학적 비판과 이론에 비추어보거나(마르크스) 심층심리학에 비추어보더라도(프로이트) 神 문제는 아직도 토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창훈은 독자들과 이런저런 神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가 먼저 말문을 열었고, 그것이 「불의 강」이다.

Ⅱ. 작품 속에 숨은 줄거리, 인물 파악
「불의 강」은 주인공 황병태가 중국에서 선교사역을 하다가 10년 만에 귀국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이미 철거된 신학교 터에서 지난 날 신학교 시절을 회상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몇몇의 인물들이 각인되어 있었다.

황병태가 신학교를 입학해서 최초로 만난 신학생은 이자원이었다. 이자원, 그는 당시 황병태처럼 神에 대해서 방관자였다. 그처럼 소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신학교에 입교한 것이다. 신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신학교 변두리에서 휘파람만 불고 있다. 신의 존재보다는 향기로운 여자나 어묵 꼬치에 더 관심이 많은 그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이자원은 돈키호테 같은 자였다. 그는 신학교 생활을 하면서 수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이자원이 저지른 과오는 이미 기독교 성직자들이나 신도들이 범해 온 것들이다. 구원, 방언, 귀신론 등은 한때 기독교 내에서도 혼란의 과제였다. 작가는 이런 문제들을 이자원이라는 엉뚱한 인물을 통해 웃음으로 독자에게 이해시키고 있다.

이자원은 황당한 행동으로 기독교 신도들이 실패한 신앙의 역사를 쓰고 있다. 그런데 그가 나중에 목사가 된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다음으로 황병태는 장노환을 만난다. 신약성서를 다 외고 있는 그는 성서문자에 자신의 신앙토대를 세운 자였다. 장노환은 기독교 교리 전파와 교회의 부흥을 神의 소명으로 알고 열심을 낸다. 축제 때는 제 손에 못까지 박으며 예수를 닮기 원한다. 거지전도단을 이끌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예수를 전하기도 한다. 어쩌면 현재 기독교를 이끌어 가는 중심세력을 그를 통해 보는 듯하다.

신학수, 변팔봉과 수없이 신앙, 신학 충돌을 일으키는 장노환, 그는 신학교 내에서도 교단, 교회 내에서도 유망한 미래의 목사로 기대된다. 그런데 그는 졸업 후 목회에 실패하고 책 외판원이 된다. 장노환의 이 아이러니는 무엇인가? 작가는 더 깊은 神의 섭리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다음으로 만난 신학수, 그는 황병태에게 가장 많이 영향력을 준 인물인지 모른다. 신학수는 유명대학에서 자연과학과 철학을 전공하다 그 학문으로는 인생의 허무를 극복하지 못하고 신학교에 입학한 자이다. 그는 지식과 이성을 통해 神의 존재를 찾아 나선다.

신학수는 책을 통해 데카르트, 포이에르바하, 마르크스, 니체, 등을 만나며 神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그 처절한 이성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신을 찾지 못한 그는 인생무상의 명제를 안고 바다에 투신한다. 의심하다, 의심하다 허무의 낭떠러지에 떨어진 신학수, 그는 현대 지성인의 말로인지도 모른다.

신학수, 그는 또한 이 세상의 인텔리의 슬픔을 반영한다. 작금의 교회는 어떤 열정만 있지 그에 걸맞은 지성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설교는 감정만 가지고 이루어지고 사실과 지성에 수없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렇기에 거기서 도전되는 반응으로 현대의 지성인들은 교회를 떠나게 된다.

기독교 밖에서 봤을 때도, 교회는 그들만의 끼리끼리 공동체이다. 神은 그들만의 神이고 그들만의 이해이다. 그들만의 언어로 그들만이 수군거리고 있다. 그리하여 이 시대의 지성들은 그들과의 언어가 막혀 있다. 변두리만 맴돌다가 돌아서 나오게 된다. 어쩌면 그 모습이 신학수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신앙과 불신앙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회의적이다. 기독교는 신을 찾아 갈망하는 지성들에게 그들만의 언어가 아닌 다른 말로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어쩌면 이 문제에 관해 이창훈은 자신의 소설 「불의 강」을 통해 그 답변을 준비했는지 모른다. 그것은 그의 다른 소설에서도 보여지는 그의 문학 과제이다.

다음 황병태가 만난 자는 변팔봉이었다. 그는 기독교 교리나 신학적 이론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실천신앙에 뛰어든다. 난지도, 구로 공단을 돌아다니며 가난한 자의 삶 속으로 뛰어든다. 그가 믿는 구원은 예수의 피가 아니라 예수의 삶인지 모른다. 그가 오로지 신앙하는 것은 체 게바라의 ‘복음은 총구에서 나온다’ 라는 말일지 모른다.

신앙과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위태로운 외줄을 타는 변팔봉. 그는 어떤 것, 어떤 곳에서도 안식을 찾지 못하고 월북한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꿈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변사체로 발견된다.
변팔봉은 1980년대 최루탄 속에서 보았던 수없는 젊은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시대 속에서 고민하며 시대와 함께 죽었던 젊은이들을. 예수도 로마의 식민지였던 유대에서 태어났다. 神의 사역을 감당했지만, 그도 역사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변팔봉도 그 시대가 낳은 또 하나의 인물이다. 역사가 神의 계시라면 그는 神의 역사를 위해 십자가를 진 자이다. 그때 그 장소에서 기독교인들은 무엇을 했느냐 하는 역사 지성의 목소리가 요즘 터져 나온다. 작가는 이렇게 시대의 십자가를 진 자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황병태는 긴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은 그의 방황이었으며 그의 실존을 확인하는 기간이었다. 은둔하는 아오리의 시온의 무리들, 장애인들과 사는 오목사, 암 말기에 자신이 방화한 예배당에 돌아와 죽음의 안식을 얻는 사내…… 그들은 모두 神을 그리워하는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여전히 神은 의문부호로 남고…… 황병태 더 혼돈된 방황을 한다.

다음으로 황병태가 만난 자는 소요한이었다. 언청이 소요한은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서 성경을 읽는 모습만이 소설 속에 보여진다. 그는 그러면서 가장 높이 난다는 새 알바트로스 보기를 고대한다. 소요한은 그 새를 보지는 못했지만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한다. 황병태는 그 소요한의 눈 속에서 알바트로스의 그림자를 본다. 그것은 상징된 神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소요한을 통해서 황병태는 神을 발견한 것일까? 「불의 강」 이 소설에서도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神의 모습, 그것은 영원한 신비이리라. 소요한, 그가 말한 것처럼, 神은 믿는 자에게는 설명할 필요가 없고 안 믿는 자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황병태가 예수를 발견하는 동기는 어머니를 통해서였다. 神을 찾아 방황하던 어느 날, 그는 사고를 당해 장기가 파열된다. 그 때 어머니는 자신을 희생시켜 아들을 살려 낸다. 그때 황병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神의 자비를 발견한다. 십자가에서 대신해 죽은 神 예수, 그를 만난 것이다. 그것은 인격적 神과의 만남이었다.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존재의 근원이다. 또한 누구에게나 작은 神이다. 그도 어머니를 통해 神의 사랑을 본다.

Ⅲ. 이창훈 문학의 특징 - 「불의 강」을 중심으로 -
이창훈 문학의 특징 중의 특징은, 여러 평자들도 그간 지적했듯이 소재와 주제의 특이성에 있다. 그리고 무겁다.

「불의 강」에서 보여지는 ‘神 찾기’도 예사롭지 않다. 배경부터 우리 문학세계에서 흔히 보여지는 무대가 아니다. ‘신학교’를 배경으로 씌어진 장편소설은 아주 드문 예에 속한다. 그리고 神이 주제가 됨으로 구원과 실존의 문제가 대두된다. 이보다 더 긴요하고 심각한 주제가 또 있을까?

또한 이창훈의 문학은 매우 지성적이다. 그의 글을 따라 읽다 보면 지성의 숲 깊숙이 들어가 그 황홀감을 맛보게 된다. 「불의 강」을 보더라도 역사적으로 나타났던 고대 종교와 이단들, 유신론, 무신론 철학과 신학, 그리고 한국 기독교의 갈등과 문제점 등 깊은 지성의 영역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지성을 다루면서도 이창훈의 문학은 고루하지 않다. 종교를 다루면서도 종교적이지 않다. 재밌다. 웃으면서 감동으로 따라가는 지성의 산책이다.

이창훈은 소설을 쓰면서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을 탄생시켰는데, 그는 언제나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따스하다. 「사랑과 슬픔은 같은 길로 온다」의 동정을 버린 강선호신부, 「붉은 소금」의 가룟유다, 「앵과 캉」의 몸이 붙어 기형으로 태어난 사이엠 트윈스 등등. 이창훈은 세상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버림받은 자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리고 언어로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그의 문학 테마이다.

이렇듯 이창훈 문학은 아웃사이더 문학이고, 패자가 쓰는 문학이다. 「불의 강」도 다르지 않다. 신학수, 변팔봉, 소요한…… 이들은 이 땅에서, 특히 현재의 기독교에서 이해받지 못한 소외자들이다. 그러나 이창훈이 보는 시각은 넓고 온화하다.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향한 神의 자비를 구하고 있다.

神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神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사고가 생기고 언어를 알았을 때 처음 했어야 할 그 질문들, 우리는 그 중요한 질문을 이창훈의 소설 「불의 강」을 읽으며 이 시간 비로소 진지하게 물어보는 것이다.

- 문학평론가 손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