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 찬양 > ROCK

록의 사도(使徒) 크리드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극단적 사운드 크리드(creed)는 90년대 중반 이후 들장한 푸스트 그런지 밴드들 중에서 가장 선두에 위치한 그룹이다.성경의 "사도신경"에서 이름을 따온 그룹답게 초월적이며 성스러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지만 "탈(脫) 그런지" 라는 명칭이 보여주듯 그런지 선재들을 극복해나간 과정을 보면 크리드가 상당히 영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우선 이들이 데뷔앨범 [My Own Prison]을 발표했던 1997년은 시애틀 그런지의 찬연했던 불꽃이 이미 꺼져버린 후였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은 다분히 몇 년 전 그런지 그룹들에 대한 기시감을 느끼게 했다. 펀 잼의 에디 베더나 사운드가든의 크리스 코넬을 꼭 닮은 보컬 스코트 스탭(Scott Stapp)의 우울한 음섹도 그랬고, 묵직하게 디스토션 걸린 하드 록 기타 리프와 음신한 기운을 풍기는 곡 분의기도 그랬다. 처음엔 아류다. 복제물이다 말들이 많았지만 일다 이 유사성으로 크리드는 비평가들이나 록 팬들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관심을 모았으면 그 다음은 ㄷ그리 어렵지 않은 법. 그리고 나서 크리드는 자신들의 진면목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90년대 그런지는 물론 도어스의 신비로움부터 70년대의 스트레이트한 하드 록, 또 메탈리카같은 80년대 스래시 메탈까지 모방이라기보다는 그것들을 "보존"하념서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어 갔다. 20세기 미학론대로 "유사를 통해 차이를 밝힌다"고 할까. 장르를 넘나드는 크리드의 그 같은 폭넓은 사운드스케이프는 팬들에게 어필했으며,1집 "Torn"과 "What's This Life For", "One" 같은 곡들이 차례로 빌보드 차트를 잠식했다. 그와 동시에 크리드는 자신들의 생명력이라 할 수 있는 "멜로디"를 가지고 있었다. 곡들마다 파괴적인 기타 리프와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이 동반되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슴에 직접적으로 꽂히는 훅을 겸비했기 때문에 팬들이 더욱 그들을 찾았으며, 결과적으로 이들이 포스트 그런지의 선두주자로 올라설 수 있었다. "My Own Prison"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크리드는 팬들을 끌어들이는 간단한(?) 비법을 실천해 갔다. 또한 주제면에서도 선배 그룹들과는 다른 노선을 견지했다. 너바나의 혼란스런 자아 분열적 태도나 펼 잼의 번역적이고 정치적인 성향, 사운드가든의 어두운 사이키델리아를 크리드는 이어받지 않았다. 그들의 주제는 언제나 신 또는 내면에 관한 것들이었다. 관조적이었고 성찰적이였으며 또 숭고했다. 크리드는 신에 대한 근원적 구원, 양신, 성장기의 방황과 공포 등에 대해 노래했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낄 법한 그런지 밴드들의 주제보다 대중들에게 좀더 어필할 수 있는 유연성으로 작용하지 않았자 싶다.크리드의 멜로디 감성은 1999년 9월 발표된 2집 [Human Clay]에 와서 한층 강화되었다. "Higher" 같은 발라드 성향의 곡은 물론 "Whay If", "One" 등의 충만한 에너지의 록 넘버들도 모두 놀라운 감각의 멜로디가 숨쉬고 있었다. 이러한 점들은 엄청난 상업적 성과를 가져다줬다. 앨범은 두 해가 넘기도록 차트에 랭크되었으며, 싱글 "With Arms Wide Open"은 뒤늦게 빌보드 싱글챠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7월에는 [Human Clay]의 펀매고가 1천만장을 넘어 미국음반산업협회로부터 다이아몬드 앨범을 수여하는 영광을 얻었다. [Weathered]; The harder songs are harder, the epic songs are more epic 1999년 이후 크리드는 영화 "스크림3"등 여러 사운드트랙에 곡을 수록시켰으며, 도어스 트리뷰트 음반에도 참여해 주가를 높였다. 199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에는 헤드라이너로 등장해 도어스 트리뷰트 음반에서 불렀던 "Riders On The Storm"을 열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균열도 생겼다. 창단멤버로 베이스를 담당했던 브라이언 마샬이 2000년 7월 다른 흥밋거리를 찾기 위해 팀을 탈퇴했다. 그는 시대틀의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펄 잼의)에디 베더가 스코트처럼 곡을 잘 쓰면 좋은 텐데"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었다. 결국 크리드는 스코트스탭, 마크 트레몬티(기타/베이스), 스코트 필립스(드럼), 이 3인조 체재로 재 정비해 세 번째 앨범 [Weathered]를 발표했다.이번 신보는 한마디로 "강력한" 음반이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운드가 훨씬 하드해졌으며 극단적이고 실험적이 면모도 돋보인다. 가슴이 확 트이는 강렬한 록 사운드를 갈구했던 팬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울 듯하다. 물론 멜로디에 충실한 기본노선은 여전히 계속된다. 우선 음반에 앞서 미리 발표한 첫 싱글 "My Sacrifice"부터 만족스럽다. 부드럽고 편안한 진행으로 전작의 "Higher"를 연상시키지만 강도의 세기가 더욱 높아지 가운데 예의 듣기 좋은 선율이 중심이 되며, 마지막의 페이드 아웃 처리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 싱글은 이미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차트 2위와 모던 록 차트 5위에 오르며 산뜻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첫 트랙 "Bullet"은 서막을 알리는 왜곡된 나래이션과 점차 긴장이 고조되는 심벌, 그리고 한순간에 포효하는 보컬로 인해 도입부터 깜짝 놀랄 정도다. 극적인 진행이 시종일관 듣는 이를 긴장시키는 이 노래는 이번 음반에서 가장 강렬한 곡 중 하나이며, 때려부수는 듯한 기타 플에이어와 스코트 스탭의 난폭한 보컬은 왠만한 하드 코어 그럽에 맞먹는다. 이어지는 "Freedom Fighter"역시 아드레날린은 한꺼번에 분출시키는듯 감정의 극한으로 몰아대는 기타 르프와 보컬이 돋보이는 곡으로, 2분 34초 라는 짧은 러닝타임으로 스피디하게 곡을 마친다. 이들의 실험성은 세 번째 트랙인 "Who's Got My Back"에서 찾을 수 있다. 곡 길이가 8분이 넘는 이 대곡은 체로키(Cherokee) 인디언 출신의 가수 보 테일러 Bo Taylor)를 영입해 체로키 인디언의 뿌리와 포스타 그런지를 연결시켰다. 마치 의식에서의 주술처럼 느껴지는 보 테일러의 노래가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며 그 중간에는 진행하다가 중만 이후 노이즈가 걸린 기타 리프와 함께 강한 사운드로 돌변하는 곡 구성은 결코 8분이라는 시간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드라마틱하며 한편의 서사실르 보는 듯하다. 현악 세션을 도입해 기분 좋은 묵직함을 전하는 록 발라드 "One Last Breath"는 부드러운 아르페지오 기타와 현악 연주가 흐르는 도입부와 별안간 질주하는 중량감 있는 중만 이후의 대비가 뚜렷하다. 첫 싱글 "My Sacrifice"과 더불에 가장 선율이 돋보이는 트랙으로 국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곡. 그 외세 "Sign","Weathered"처럼 시원한 스트레이트 록 넘버들이 있으며, 발라드"Don't Stop Dancing"은 그룹 멤버들의 고향인 탈라하시(Tallahassee)의 소년 합창단이 백업 코러스를 맡은 이색적이 노래이다. 어린이들의 미성과 스코트의 선 굵은 목소리가 묘하게 조화를 이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꿈결처럼 달콤한 어쿠스틱 기타연주만으로 진행하는 자장가 "Lullaby"로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본작은 프론트맨 스코트 스탭의 말대로 "경계도, 한계도 없는" 작품이다. 한없는 흥분도, 극도의 참울함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지난 2장의 앨범을 책임졌던 제작자 존 쿠르츠베그(John Kurzweg)가 선보에서도 변함 없이 프로듀스를 담당했다. 이제 겨우 세 장의 앨범을 낸 신예 그룹답지 않게, 그리고 27-28살에 불과한 젊은 나이답지 않게 크리드는 이번 3집을 통해 그들이 하고픈 바를 고스란히 일궈냈다. 전작의 메가히트 때문일까, 아니면 신이 자신들을 지켜준다는 믿음 때문일까,크리드의 신보에는 자신감이 더욱 더 자신감이 넘쳐흐른다.최근 크리드는 신의 찬미뿐 아니라 음악 외적으로 세상에 대한 구원을 펼치고 있다. 결손가정을 후원하는"With Arms Wide Open" 재단을 설립해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며, 또한 9.11 테러와 과련 "어린이를 위한 뉴욕인" 재단에 5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테러 때문에 미국에서 "God Bless America"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신은 자신의 "음악적 사도" 크리드를 축복할 듯 하다. "God Bless Creed!" -글 고영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