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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어령  |  출판사 : 갓피플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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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지성과 영성, 그리고 창조성을 엿보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 이어령과 나눈 대화를 담은 인터뷰집『유쾌한 창조』. 문학평론가, 소설가, 에세이스트, 희곡작가, 시인, 대학교수, 언론인, 전 문화부장관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닌 지성인 이어령. 이 책은 수많은 강의와 강연과 대담을 해온 그가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인터뷰어 강창래와 나눈, 아직도 남아 있는 그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이어령이 죽음을 준비하는 심정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들, 그의 문학을 둘러싼 오해, 창조성 넘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이어령, 일흔다섯의 나이에 기독교도가 되어 세례를 받은 그의 영성 등을 하나하나 다루고 있다.

서장 죽을 준비로 바쁜 사람을 붙잡다
“죽을 준비 때문에 바빠요”_이어령은 “죽을 준비”를 하느라고 너무 바쁘다고 했다. “자기 손으로 무덤을 만들거나 수의를 장만하는 게 옛날 노인들이었어요. 나는 그게 참 이상하게 보였어요. 죽음은 자기에게 마지막인데 그 죽음을 준비한다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싶었던 거지. 그런데 요즘 그게 이해가 돼요.” 자신의 죽음을 말하는 그의 얼굴은 열정적이었을 뿐 아니라 무척이나 건강해 보였다. 그는 죽기 전에 실패할 일, 세 가지를 벌였다고 했다. 그 세 가지는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창조학교’, ‘한국인이야기’다(이 세 가지가 실패할 이유는 5장에서 이야기한다)._23~24쪽

2만 4천 개짜리 직소퍼즐_이어령은 처음 만난 날부터 대담집에 대해 걱정스러워 했다. 많은 대담을 했지만 그 대담들조차 이해가 아니라 오해를 만든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다른 대담에서도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어령은 그래도 다시 추락해보겠다고 했다. 그의 책, 《지성의 오솔길》에서 본 한 구절이 그의 답이었다. “나의 지식으로부터, 재력으로부터, 명성이나 박수 소리로부터 자진해서 추락하는 꿈을 꾸어야만 내 신장은 멈추지 않고 커갈 수 있을 것이다. 사막의 신기루에 속지 않기 위해서”(이어령, 《지성의 오솔길》, 문학사상사, 2004, 30쪽) 그는 일흔일곱의 나이에 번지점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_30쪽

1장 귀여운 어령이
어령이의 치킨게임_이어령은 나에게 자신의 외로움과 말 많음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사람과 마주 앉아 있을 때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침묵이에요. 치킨 게임 같은 거죠. 두 대의 차가 마주보고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두려움이 큰 쪽이 핸들을 돌리는 것처럼, 침묵을 못 참는 사람이 입을 여는 거지. 그러니까 만일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입을 다물게 돼. 왜 크리스천아카데미의 강원룡 목사 있잖아. 그 사람하고 함께 자리하면 내가 말하지 않고 있는 시간이 꽤 길어져요. 강원룡 목사도 꽤나 말이 많거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또 내가 말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나는 그와 치킨게임을 열 번쯤 한 것이고, 늘 이겼다는 말이 된다. 물론 강준만이 〈이어령의 영광과 고독에 대해〉에서 말한 것처럼, “이어령은 워낙 상징적인 말을 많이 하는 분인지라 위 말뜻을 해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인물과 사상》22, 개마고원, 2002년, 45쪽)긴 하다. 강준만의 말에는 일리가 있지만, 쉽거나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왜 그런 말을 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날마다 죽는 사람의 의미를 생각해보아야 한다._52~53쪽

2장 소문에 가려진 진실, 불온성 논쟁
젊은 비평가의 험담에서 시작하다_고백컨대 나는 그 유명하다는 이어령과 김수영의 불온성(시) 논쟁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이어령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젊은 평론가의 글 한 편을 발견했다. 그 평론가가 무엇 때문에 그처럼 감정이 격해졌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이성을 잃은 말을 내?고 있었다.
… 도대체 왜 이런 험담을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먼저 그 논쟁의 정체를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어령, 김수영의 불온성(시) 논쟁이라고 알려진 원문(그 당시의《사상계》와〈조선일보〉)을 찾아 읽었다. 이 논쟁은 김수영이 1968년에 《사상계》 1월호에 〈지식인의 사회참여〉라는 글을 실으면서 시작된다. 김수영은 그 글을 통해서 1968년 1월 7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사설, 〈우리 문화의 방향〉과 1967년 12월 28일자 조선일보에 실렸던 세모시론歲暮時論인 이어령의 글, 〈에비가 지배하는 문화―한국문화의 반문화성〉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자신의 글을 인용해가며 따지고 있는 글을 읽고 이어령이 반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불온성(시) 논쟁은 시작되었다._64~66쪽

 

평생 문학을 사랑하고 공부해온 이어령이
다섯 편의 소설에서 찾은 인생의 길, 생명의 길

그간 한국 문화론과 문명사적 담론을 두루 주유하고서, 지성과 영성의 문지방을 넘어 이제 생명자본주의를 천착하고 있는 이어령이 다시금 문학 작품을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형제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부터 릴케의 《말테의 수기》, 앙드레 지드의 〈탕자, 돌아오다〉, 그리고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까지, 시간을 뛰어넘어 사랑받고 있는 소설 5편을 이어령의 안내로 읽는다. 한겨울 사랑방에서 두런두런 나누는 정담처럼, 명작이라는 따뜻한 촛불 주위에 둘러 앉아 담소하듯 들려주는 문학, 그리고 영성 이야기!

이어령 선생이 기독교에 입문한 지 6년이 넘었다. 그동안 ‘지성인이 종교를 갖게 되면 글쓰기에 어떤 변화가 올까’ 하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40만부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후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우물을 파는 사람》 등 종교적 비평과 에세이를 낸 그는 양화진문화원에서 이재철 목사와 3년 동안 ‘지성’과 ‘영성’의 대화를 가졌고, 그중 일부가 책으로 출간되어 기독교계만이 아니라 청년,학생층과 지식인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이어령 선생 단독으로 진행한 연속강연 ‘소설로 찾는 영성순례’가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되어 다시금 독자를 찾아간다. 이미 저자는 기독교에 입문하기 전부터 대학원에서 성서를 기호학으로 분석하는 강의를 열기도 한 바 있었다. 근본주의로 흐르기 쉽거나 그와 반대로 신비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는 영성의 문제를 문학적 시각에서 참신하게 풀어낸 이 글들은 종교를 모르는 젊은이들에게도, 원로의 성직자에게도 다 같이 큰 감동을 줄 것이다. 만지는 것마다 금으로 바꾸는 미다스의 손처럼, 손길 닿는 텍스트마다 시로 바꾸고 창조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저자만의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학에 대한 고지식할 정도의 열정과 애정을 품은,
오직 이어령만이 할 수 있는 문학과 영성 이야기

이어령은 문학평론가, 대학교수, 언론인, 에세이스트, 시인, 소설가, 일본문화연구가, 문화기획자, 초대문화부 장관 등 다양한 직함을 가졌다. 그가 팔십 평생 이처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창조에 대한 특유의 열정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오랜 세월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왕성하게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 원천은 바로 문학이었다. 어머니 품에 안겨 《암굴왕》에서 《천로역정》을 읽어주시던 목소리를 듣던 어린 시절, 그리고 대학생 형들이 읽던 일본어판 문학전집을 한 권 한 권 독파하던 소년 시절 이래로 그의 삶의 길은 늘 문학을 향해 있었다. 어느 원로 소설가의 지적처럼 “지금도 문학에 대해서 소년이나 청년 같은 열정을 간직한 것 같은” 이어령의 본령은 바로 문학적 상상력인 것이다.
그간 한국 문화론과 문명사적 담론을 두루 주유하고서, 지성과 영성의 문지방을 넘어 이제 생명 자본주의를 천착하고 있는 그가 다시금 문학 작품을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기독교인은 물론 삶의 길을 찾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 강의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강의는 대학 강의실의 엄숙한 그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명작이라는 따뜻한 촛불 주위에 둘러 앉아 두런두런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정담에 가깝다.
이 책은 2013년, 양화진문화원에서 저자가 ‘소설로 찾는 영성순례’라는 제목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강의한 내용을 다듬고 보완하여 펴낸 것이다. 문학 전공자들이 아니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강연인 까닭에 어려운 전문 용어를 사용하거나 이론을 소개하는 것은 지양하고, 살가운 표현과 비근한 예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작품에 대한 ‘정보’를 주기보다는 각각의 작품을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논지를 펴면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려 했다.
이 책에서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형제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부터 릴케의 《말테의 수기》, 앙드레 지드의 〈탕자, 돌아오다〉, 그리고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까지, 시간을 뛰어넘어 사랑받고 있는 소설 5편을 이어령의 안내로 읽는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유명한 ‘대심문관’ 편을 중심으로 살피면서 높이도 타락도 없는 피상적인 세계의 극복과 구원을 이야기하고, 《말테의 수기》에서는 저자가 사랑하는 대목을 리투아니아 화가 벤 샨의 그림과 함께 보면서 생명과 죽음이 쌍둥이처럼 자라고 있는 도시인의 불안한 영혼을 투시해본다. 〈탕자, 돌아오다〉에서는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어가면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가야 하는 역설 위에 놓인 탕자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그리고 《레미제라블》과 《파이 이야기》는 최근 상영된 영화 이야기를 곁들여서 혁명과 사랑, 그리고 생명에 관한 풍성한 이야기의 성찬을 차려놓는다. 엄밀한 기획이나 체계 없이 나누는 이야기들이지만 노 비평가의 박식함과 달변의 수사, 그리고 통찰이 비어져나온다. 때로는 교회에서 통용되는 명제들을 의심에 부치고 상투적인 교훈들을 전복하는 이야기도 과감하게 제시하는데, 이를 통해 판에 박힌 이야기의 반복이 아닌, 숨어 있는 기독교적 메시지를 발견하는 것도 이 강의에 함께하는 이들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이어령이 사랑한 작품들, 그가 작품을 읽는 법

이 책은 평생을 문학도로 살아온 저자가 처음 공개하는, ‘편애하는 작품들의 리스트’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에 애정이 묻어 있고, 이따금 저자 자신의 사연이 담기기도 한다. 일테면 《말테의 수기》는 저자가 ‘내 인생의 한 권의 책’으로 꼽는 작품으로, 젊은 시절의 작가는 세상 사람들을 《말테의 수기》를 아는 인간과 모르는 인간, 둘로 구분하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형제들》은 유일하게 세 번 읽은 소설인데, 읽을 당시의 개인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관심 가는 인물도 드미트리에게서 이반에게로, 이반에게서 알료샤에게로 옮겨 갔다. 《레미제라블》을 처음 읽을 때는 솔직히 작품 첫머리의 미리엘 주교 이야기는 건너뛰고 읽었다면서, 미리엘 주교라는 모델을 통해 제시된 사랑의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한 당시의 독서는 사실상 실패했던 것이라고 담담하게 고백하기도 한다. 작품에 대한 이러한 각별한 마음, 따뜻한 해설은 읽는 이들에게 원작을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말테의 수기》는 같은 테마가 되풀이되면서 점점 깊어집니다. 그러니까 정말 바쁜 분들은 끝까지 읽으려고 애쓸 필요 없습니다. 어디 릴케가 독자들이 이걸 다 읽으라고 썼겠어요? 작가들이 쓰다 보면 원고료 때문에 더 길게 쓰기도 합니다. (웃음) 릴케는 시인인데, 이 정도의 시를 썼다고 해보세요. 그 시를 어떻게 다 읽겠어요? 《말테의 수기》는 말이 산문이지, 아무런 스토리도 없는 시입니다. 그런데 작정하고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훈련된 독자들은 좋은 대목에 끌려서 끌려서 읽다 보면 마지막 탕자 이야기까지 다 읽게 될 거예요.” _110쪽

반가운 것은 이들 작품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유용한 ‘이어령의 독서법’도 이따금 노출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테의 수기》의 경우, 인물과 사건이라는 요소가 있는 통상의 소설을 기대하면 무척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쌍생아처럼 함께 있는 생명과 죽음, 분주한 대도시 파리의 거리를 떠도는 불안의 냄새와 같은 몇 가지 테마가 작품을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이 테마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되면서 변주되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작품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없는데, 그저 자신에게 좋은 대목을 발견하고 감동을 얻는 것으로 족하다. 《카라마조프 형제들》 역시 백미인 〈찬반론〉과 그 속의 〈대심문관〉편, 그리고 파 뿌리 이야기만을 읽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메마른 거리, 범속한 일상에서 영성을 찾다

“영성이라고 하면 누구나 신비한 것을 생각합니다. 범속한 이야기가 아닌 환상, 신화나 전설 같은 옛날이야기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더욱이 우리가 살고 있는 합리주의 세계, 과학이 지배하는 문명 안에서는 이성은 있어도 영성은 찾기 힘듭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날 우리 앞에 나타나는 영성의 체험은 스테인드글라스의 성당 안, 혹은 미술관의 전시실이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산문적인 소설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옛날 성자들이 꽃밭이 아니라 사막에서 영성을 얻을 수 있었다면 오늘의 사막은 어디에 있겠습니까. 바로 저 소설의 무대인 도시의 아스팔트 거리일 것입니다.” _6-7쪽

이 ‘영성순례’가 다름 아닌 소설을 통과하여 가는 까닭은 무엇인가? 저자가 생각하는 영성은 육중한 교회 예배당의 제단이나 순백의 성의聖衣 속에 있지 않고 범속한 일상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저자는 영성이란 늪 같은 현실에서 피어나는 것, 그늘 없이는 자랄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옛날 사막에 기거하며 영성을 구한 사막 교부들처럼, 오늘의 구도자들은 도시의 메마른 거리를 헤맨다. 그리고 신화나 전설과는 달리 범속한 인간 세계의 민낯, 비루하고 깨어진 인간의 조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야말로 진통과 피가 묻어나는 영성의 언어와 상통한다. 그 절실한 인간의 조건을 그대로 껴안은 채로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우리는 소설 속에서 발견한다. 마치 ‘사형장에 끌려가는 길에 도스토옙스키가 바라본 일상의 거리가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이듯, 우리는 이 작품들 속에서 죽음을 체험하고 일상적 생과 단절해볼 수 있으며, 초월을 위한 하나의 디딤돌을 이 고통의 언어 속에서 얻을 수 있다’(12-13쪽)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5편의 작품이 하나같이 이러한 처절한 실존과 극한의 상황에 내던져진 인간의 모습을 다룬다. 《레미제라블》은 제목 그대로 불쌍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카라마조프 형제들》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를 두고 다투는 막장 드라마에 다름 아니다. 〈탕자, 돌아오다〉는 시디신 야생 석류조차 달게 느껴지게 하는 갈증을 찾아 집을 떠나는 형제가 등장하고, 《말테의 수기》에 그려지는 것은 불안하기 그지없는 도시인의 내면 풍경이다. 《파이 이야기》의 227일간의 표류도 미움과 사랑, 환희와 분노가 교차하는 아름답고도 절망스런 일상사의 축소판이다. 마치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찾아내듯 우리는 이들 작품을 통하여 범속한 세계 속에서 영성을 찾아갈 수 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이 강의에서 이야기하는 놀라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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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아버지로 만들어준 내 인생 최고의 스승이었다!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딸을 가진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이어령의 고백록!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에게 들려주는 위안과 희망의 이야기”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딸을 가진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이 시대의 대표 지성 이어령의 고백록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는 이 시대의 대표 지성 이어령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딸을 가진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안과 희망의 이야기이다. 일찍이 세상을 떠난 딸 고(故) 이민아 목사의 3주기를 맞으면서 펴낸 이 책은 단순한 추모 산문집이 아니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는 아버지로서의 글쓰기와 지식인으로서의 글쓰기를 통합한 창작 행위를 통해, 딸을 잃은 슬픔을 세상의 모든 생명을 품에 안는 사랑으로 승화해내고자 한다.

한창 읽고 쓰는 일에만 골몰하던 아버지 이어령의 삶 속에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딸의 유년시절, 잠자리에 들기 전 아버지의 굿나잇 키스를 기대하고 서재 문 앞에서 그를 불러도 일에 몰두하던 아버지는 등을 돌린 채 딸을 돌아보지도 못했었다. 이제 아버지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뒤늦게나마 글로써 딸을 향해 ‘굿나잇 키스’를 보낸다. 천국에 있는 딸을 향한 ‘우편번호 없는 편지 모음’이랄 수 있는 이 책은 귓속말로 속삭이는 듯한 어조로 씌어졌으며,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시간을 비디오로 되감듯 선명하게 재생하고 있다. 동시에 생명과 가족의 가치가 변질되고 고령화, 저출산 등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는 오늘날 이 시대에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시 성찰하게 함으로써 생명과 가족애라는 주제를 사회적으로 현실적으로 재조명하게 한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의 이 특별한 스토리텔링은 그의 어떤 스토리텔링보다도 더 절실하게 가슴으로 다가온다. 그것이 딸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겪고서 진짜 아버지로 거듭난 구체적인 사건으로부터 태동된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의 전체적 구성은 ‘딸의 죽음은 씨앗처럼 추억의 땅에 떨어져 오늘 싹이 나고 내일은 꽃이 피고 언젠가는 열매를 맺는다’는 저자 이어령의 생각에 기반하여 딸의 출생과 성장과정을 따라간다. 1부 <살아서 못다 한 말>은 에세이 모음으로, 딸이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아기집에 있을 때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들이다. 처음 아내의 입덧을 보고 체한 줄 알고 활명수로 아기를 맞는 축배를 들 뻔했던 이야기 등 초보 아버지로서 딸을 양육하면서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경험한 갖가지 흥미로운 일화들이 재구성되었다. ‘거룩한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을 어째서 변소에서 구역질하는 소리로 시작해야 하는가’라고 생명의 순리에 의구심을 갖던 초보 아버지는 이제 입덧이야말로 아기가 뱃속에서부터 자신과 어머니의 몸을 보호해달라고 세상 사람들을 향해 외치는, 어머니와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의 표현임을 이해한다.

딸의 출생으로 인해 땅을 보고 달리는 ‘속물’ 아버지로서 책임을 짊어진 이야기, 어린 딸을 가슴에 안고 여름 바다로 여행하면서 딸의 심장 뛰는 소리에 무한한 생명력의 감동을 체험한 이야기, 유치원에서 의자 뺏기 놀이를 하고 시험을 치르면서 제도권과 경쟁사회로 들어가는 딸의 모습에 아버지로서 안타까워하고 혼란스러워한 이야기, 딸의 첫사랑과 결혼식을 보면서 아버지로서 배우고 느낀 이야기, 딸이 어머니가 되고 자신이 할아버지가 되면서 지성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여성만이 이룩해낼 수 있는 생명 창조의 과업을 이해하고 생명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된 이야기, 딸의 투병으로 영혼의 눈을 뜨게 된 이야기, 딸을 잃고서부터 글쓰기의 테마가 생명의 문제, 죽음의 문제로 전환되고 ‘생명자본주의’라는 것과 새롭게 씨름하게 된 이야기 등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로 전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더 이상 이어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연대기를 따라 소개되고 해석되는 문화적, 학술적 담론과 일화들은 개인의 이야기를 거대한 사회의 보편적인 장으로 옮겨놓아 우리가 천착해야 할 삶과 죽음의 주제들을 환기시킨다.

2부 <오늘만 울게 하소서>는 산문과 또 다른 울림으로 전해지는 이어령의 시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3부 <빨간 우편함의 기적>은 이어령뿐만 아니라 딸 이민아와 부인 강인숙이 서로에게 써보낸 편지 모음, 이민아를 인터뷰한 기사가 실려 가족애의 생생한 실체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목사 안수를 받고 신앙 간증서를 펴낸 이민아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살아온 삶과 이어령의 딸로서 겪은 행복과 상처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는 아기집에서 세상의 집으로, 세상의 집에서 하나님의 집으로 옮겨가는 이민아 목사의 생애를 그려내면서 우리가 간과해왔던 삶의 순간들을 새로운 의미를 담아 돌려준다. 영문학도에서 변호사, 검사, 목사로 살다가 마침내 땅끝 아이들을 품고 암으로 숨을 거둘 때까지 소외된 젊은이들과 함께하기를 추구했던 이민아의 기적 같은 힘은 아버지인 이어령에게도 오랫동안 의문이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투병 기간이었음에도 어디에서 그 힘이 나오는지, 그는 이미 세상에 없는 딸에게 특유의 비유와 아포리즘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문화적 학술적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딸의 생애를 재구성하는 가운데 마치 점묘화법처럼 그 답을 추구해간다. 그렇게 그림을 완성하면서 답을 추구해가는 과정의 감동이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전반을 흐르는 분위기이다.

저자 이어령은 주지되었다시피 열두 가지 이상의 직함이 따라다니는 대한민국 대표 지성, 대표 석학이다. 문학평론가, 에세이스트, 소설가, 희곡작가, 시인 등 문인으로서의 이름 외에도 대학교수, 기호학자, 언론인이자 일본이 배우기를 자처할 정도로 저명한 일본 연구가이고, 초대 문화부 장관이며, 서울 올림픽과 월드컵 등 주요 국가 행사의 기획자로서도 역량을 떨쳐왔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한 명의 남편이자 자식을 둔 아버지, 나아가 할아버지인 이어령의 민낯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딸을 잃고 난 뒤에야 고통 없이는 사랑을 얻을 수 없음을 알게 되고 드디어 진정한 아버지 자격을 얻게 되었다’는 그의 고백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 딸들과 아버지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평생 달의 한 면밖에 볼 수 없다. 지구를 떠나 우주선을 타고서야, 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없었던 달의 뒷면,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게 된다. 이어령이 글을 써온 6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이면을 우리는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통해 비로소 볼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우리 자신들의 이면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통해 우리가 발견하는 것에는 이른바 평범하면서도 귀중한 가치가 포함된다. 널리 알려진 에로스, 필리아, 아가페라는 사랑의 가치에 덧붙여지는 ‘로드리게스’, 즉 가정애가 그것이다. 핵가족을 넘어서 싱글 족들이 넘쳐나는 가족 해체의 시대에 아버지 이어령은 딸 이민아 목사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읊조림으로써 궁극적으로 생명과 죽음, 그리고 온 세상을 이끌어가는 가족의 사랑을 말하고 있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는 죽음이 결코 인간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믿게 하는 위안의 책이다. 오히려 죽음 뒤에 미처 하지 못한 말들과 배움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로부터 새로운 시작이 열린다. “저녁 노을과 아침 노을을 누가 분간할 수 있겠는가. 지는 저녁 해는 바로 내일 떠오르는 아침 노을의 그 태양 빛”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굿나잇 키스’는 새로운 아침이 온다는 희망을 품은 인사말이다.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 문학으로 읽는 바이블

『지성에서 영성으로』 그 이후 10년
의문과 믿음의 문지방 위에서 외치는 심연의 목소리


“영성을 얻기 위해 지성을 버려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성은 깨달음으로 가는 사다리입니다.”



책소개

지성에서 영성으로 그 이후 10년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는 2007년 세례를 받으며 하나님과 만난 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성경 속 하나님 말씀에 대해 솔직하게 묻고 답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문학을 가르친 교수로서, 기호학자로서의 호기심으로 저자는 성경을 다시 읽자고 제안하며 해박한 지성을 아낌없이 녹여냅니다. 성경에 대한 풍부한 이야깃거리와 생각거리를 담은 이 책을 통해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 모두 보다 친근하게 하나님 말씀에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는 이 책을 저자 이어령의 세례 10주년을 기념하며 새롭게 펴냅니다. 이 책이 하나님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여정에 다정한 동행자이자 더 많은 독자들의 머리와 마음을 축일 수 있는 자그마한 우물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친절한 안내를 따라간다면 평소 성경을 가까이하기 어려워했던 이들조차도 성경에, 하나님의 말씀에 무엇이 있어 이토록 오랜 세월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마음을 어루만져왔는지 절절히 느끼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고 아무리 마셔도 목이 타는 세상”에서 우리의 고픈 영혼을 채워주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뿐이며, 우리에겐 먹어도 죽지 않는 생명의 빵, 영혼의 양식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외침을 통해서요.
저자는 성경 속 상징 키워드를 골라 성경이 쓰였던 시대상황과 맥락을 함께 설명하며 이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성경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의 이러한 열정은 하나님께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저자가 소개하는 성경 속 일화는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번민과도 꼭 닿아 있습니다. 글을 따라 읽으며 독자들은 어느새, 우리가 여전히 인간이고 인간일 수밖에 없을 때, 예수님은 어떤 사랑과 고난의 길을 걸으셨는지, 우리는 크리스천으로서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가만히 묻게 될 것입니다.

당신에겐 눈물이 있다
책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키워드 중 먼저 눈물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자는 “눈물과 함께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의미를 모른다”는 괴테의 문장을 인용하며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에 나오는 눈물은 세속적인 삶의 고통이나 슬픔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원죄와 관련된 인간과 신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비극, 즉 인간의 한계와 숙명을 인정하며 흘리는 눈물임을 지적합니다. 인간의 몸으로 오신 예수님은 성경 속에서 세 번 우십니다. 한 번은 나사로의 죽음을 보고, 또 한 번은 사랑으로 품어주려고 했던 예루살렘을 돌아보시면서, 마지막 한 번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에요. 저자는 예수님이 인간을 위해 흘리신 이 사랑의 눈물을 통해서 우리의 영혼을 씻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직 사람만이 다른 이를 위해 슬퍼하고 웁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랑의 능력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너희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요엘 2:13)”으라 하십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길을 걷다가, 잠을 자다가, 밥을 먹다가도 문득 마음속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회개이고 이것이 우리가 먹을 빵을 적시는 눈물이자 양식을 얻기 위해 흘려야 하는 땀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우리 시대에는 예수님이 흘리신 눈물 세 가지 가운데 어떤 것도 맛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마음은 어떤 것이라도 너무 아프니까요. 세상은 늘 죽을 만큼 괴로운 것들을 넘어서야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눈물과 피를 흘리신 후 부활하십니다. (…) 그러니 지금 흐르는 눈물을 닦지 마세요. 마를 때까지 그냥 놔두세요. 눈물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것입니다. 당신에게 눈물이 있다는 것은 영혼이 있다는 것, 사랑이 있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고 애타게 그리워한다는 것, 그리고 뉘우친다는 것,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은 비가 그치자 나타난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것입니다.
_「눈물과 함께 먹는 빵」, 71~72쪽

우리가 삶이라는 광야에서 찾고, 기다리고 바라보는 것
또 저자가 소개하는 성경의 유명한 구절 중 하나는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마태복음 19:24)라는 부분입니다. 논쟁이 많은 이 구절에 대해 저자는 말의 기원을 추적하며 한 가설을 소개합니다. 아람어로 낙타는 ‘gamla’, 밧줄은 ‘gamta’인데 이 두 말의 발음이나 철자가 너무 비슷해서 밧줄을 낙타로 잘못 번역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밧줄로 단어를 바꿔보면 말이 보다 그럴싸합니다. 그럼에도 당시 사회에서 낙타 역시 ‘크다’라는 상징이었기에 낙타라는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저자는 독자들에게 건네려 합니다. 낙타는 등에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지만 그것이 대부분 자신의 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짐이라고 해요. 즉 낙타는 뭐든 욕심껏 가진 사람을 비유한다는 말인데, 여기서 저자는 몽골에서 전하는 낙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며 담담한 여운을 남깁니다.

원래 낙타에게는 뿔이 있었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다른 짐승들이 부러워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슴이 오더니 “그 뿔 좀 빌려 달라”고 했대요. 마음씨 착한 낙타는 인심 좋게 자기 뿔을 빌려줬다는 거죠.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뿔을 돌려주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낙타는 지금도 언제 사슴이 오나 하고 뭔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이랍니다. 부자에 비유된 낙타들처럼 우리도 무언가를 잔뜩 짊어진 채 삶이라는 황량한 사막에서 무엇인가를 기다리지요. (…) 우리는 허망하기 짝이 없는 현세의 것들을 찾아 등에 지기 바빠서 하나님이나 진리를 보지 못해요. 우리는 슬픈 눈으로 뭔가를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낙타와 같습니다. 그게 종교를 향한 마음, 영성을 향한 마음이겠죠. 내가 찾고 있는 것이 혹시 거추장스러운 짐뿐인 건 아닌가,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삶이라는 광야에서 무엇을 찾고, 기다리고, 바라보고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_「낙타와 바늘귀」, 175~176쪽

지성은 깨달음으로 가는 사다리다
이외에도 저자는 빵, 새와 꽃, 아버지, 탕자, 양, 집, 목수, 접속, 포도, 제비, 비둘기, 까마귀, 독수리, 지팡이, 사막과 광야, 예수, 십자가 등 성경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들을 프리즘 삼아, 성경 읽기와 해석의 새로운 각도를 보여줍니다. 성경에 나오는 아이콘들이 함의한 문화적 상징과 이미지들을 자유자재로 분석하면서 성경이 경건하고 고귀한 이야기를 넘어 문학작품처럼 감동과 재미를 갖춘 성대한 텍스트의 보고임을 증명합니다. 우리는 성경의 행간이 숨겨두고 있는 풍요로운 시학의 성찬과 마주하면서 신학神學에서 ‘ㄴ’ 하나를 빼면 시학詩學이 된다는 저자의 위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이어령의 지성이 독자에게 선물하는 깨달음으로 가는 사다리이자, 우리를 영성으로 인도하는 하나의 계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정신판 서문
아직도 문지방 위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우물을 파는 사람이지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말을 해야겠다. 나는 문학이든 신앙이든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가지고 우물을 파듯이 판다. 물이 나올 때까지. 그렇게 판 우물에서 물이 솟아나면 나는 얼른 다른 곳으로 땅을 옮기고 또다시 새 우물을 판다. 이렇게 해서 수없이 많은 책들이 태어난 거다. 그 책들 하나하나가 삶에 대한, 진리에 대한 갈증인 셈이다. 그러한 책들이 내 목을 축여 갈증을 없애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건 빈 두레박과 마찬가지다. 두레박은 비어 있기 때문에 다시 물을 찾는다.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라는 제목으로 펴냈던 이 책 역시 내 첫 크리스천의 목마름을 위해 파낸 하나의 우물에 지나지 않는다. 역시 그 책을 쓰고 난 떠났다. 벌써 내 관심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에서 한 말들에서 멀리 떠나가버렸다. 성서에 보면 불타는 소돔의 성을 뒤돌아보았기 때문에 소금기둥이 되어버린 롯의 아내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내가 쓴 책에 대해 뒤를 돌아다본 적이 없다. 심한 경우에는 오자나 잘못된 사실이 있어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 사람이 살아온 삶은 아무리 후회하고 반성하더라도 교정을 보듯이 또는 개정판을 내듯이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에게는 정말 예외적인 일이 생겼다. 이미 출간된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의 개정신판을 내게 된 것이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성경에는 ‘빵’이 대부분 ‘떡’으로 번역되어 있다. 본문에서도 떡이냐 빵이냐에 대한 자세한 논의를 했다. 그러나 이것을 책 제목으로 하고 보니 많은 오해가 생겼다. 특히 “떡만으로는 살 수 없다”라 알고 있는 독실한 크리스천에게는 큰 혼란을 가져왔다. 이유는 또 있다. 정통적인 신학으로 보면 오류에 가까운 해석들이 많아 이단의 책으로 비칠 수도 있는 내용들이 있다. 신학으로, 종교인의 고정된 시점으로 읽은 게 아니라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 롱셀러인 바이블을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즉 문학비평가의 시점으로 읽었기 때문에 종교적 해석과는 다른 점이 많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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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의 책소개

냉철한 지성의 한없이 뜨겁고 순진한 일기장
영성의 빛을 향해 더 높은 곳으로


전 문화부장관 이어령, 그는 기성의 모든 권위에 대해 거부하는 몸짓으로 살아온 냉철한 지성인이자 무신론자입니다. 교회를 다녀본 적도 없고, 어떤 종교도 믿어본 적 없었던 그가 2007년 7월 24일 세례를 받기 위해 무릎을 꿇었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신자의 길을 걷습니다. 그동안 많은 직함을 갖고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길을 떠납니다. 이 길이 외로울 수도 있지만 신자로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싶습니다.”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누구도 읽을 수 없었던, 냉철한 지성의 한없이 뜨겁고 순진한 일기장입니다. 한 무신론자가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까지의 인간적인 망설임을 담은 고백록으로, 저자 이어령이 크리스천으로서 지성에서 영성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그에 따른 진솔한 생각을 세세히 기록했습니다. 책 말미에는 여러 언론사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함께 실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높은 성역의 문지방 위에 오르게 되었다고 고백한 이후, 10년이 흘렀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에게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열림원에서는 저자 이어령의 세례 10주년을 맞아 최신개정판에서 빠졌던, 따님 이민아 목사의 간증 부분을 되살려 새롭게 펴냅니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책 전체의 메시지로 볼 때 그 비중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땅에서 하늘처럼 살다 2012년 봄에 주님의 부르심을 받으신 이민아 목사는 감히 짐작하기 힘든 고통을 때론 뜨거워 목이 데일 듯한 문장으로, 한편으론 한없이 차분하게 서술해갑니다. 예수님은 눈물로 어머니를 위로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어머니의 마음을 달래고 슬픔을 뛰어넘는 희망을 이야기하십니다. 사람들은 지상에서 인간의 삶은 무엇이고 그 속에 하나님이 어떻게 임하시는지 고백한, 이 먹먹한 편지를 받아들고 한동안 말없이 서 있게 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이 범접하지 못하는 영역은 예술과 종교의 ‘영성’이라고 저자 이어령은 말합니다(2017년 8월 사랑의 교회 강연). 미래사회 종교는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빈 공간을 영성으로 채우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이죠. 새시대의 문턱에서 이어령이 영성에 대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깊이 있는 고백과 의문, 믿음의 메시지는 읽는 이를 “영성의 빛을 향해 더 높은 곳으로” 인도하는 작은 표지標識가 될 것입니다.

인간은 저마다 하나의 섬이다
무신론자이기에 더욱 절실하고 높이 울리는 기도


이어령은 교토 연구소에 와서 생활하는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단 한마디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던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를 고통스럽게 한 것은 누군가와 만나 얘기하고 식사하고 즐겁게 놀고 싶은 마음, 즉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었죠. 저자는 자신을 외딴 섬에 표류하게 된 로빈슨 크루소에 비유하며 혼자라는 사실이 주는 고통을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막상 누군가를 만나게 될까 두려워하는 모순된 마음도 털어놓지요. 외롭다는 말은 곧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이국의 모든 풍경과 뉴스, 사람들을 아무 부담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것이 교토 생활의 행복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는 이국땅에서 느끼는 존재론적 외로움을 질료로 삼아 꼬박꼬박 일기를 써나갑니다. 일기 쓰기는 빈 종이의 공백, 그 헛헛함을 문자로, 의미로 메워가는 행위이지요. 저자는 흰 고래 모비딕을 쫓는 에이하브 선장을 원고지의 공백과 맞서 싸우는 작가에 비유한 누군가의 평을 예로 들면서, 자신 역시 그 흰 공백의 심장을 꿰뚫을 수 없었기 때문에 매일 그 바다에서 익사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죽는 날까지, 세계가 끝나는 날까지 글을 쓰리라 결심하지요. 추운 겨울에도 피는 수선화처럼 끝끝내 고개 들고 일어서는 언어들을 찾아내서요. 다음에 소개할 일화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어령은 세례를 받기 전인 2004년 교토에서의 연구소 생활 중 하루를 회상하며 책을 시작합니다. 빈방의 어둠이 싫어 불을 켜놓고 다녔던 시절, 슈퍼에서 쌀 한 자루를 사들고 집으로 걸어오다 그는 문득 묻게 됩니다. 초인종을 누르면 누군가 기다리다 문을 열어주는 작은 행복조차 누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일까? 희망의 별도, 동방박사를 인도한 별빛도 아닌, 그저 남의 나라 땅에 놓인 방 한 칸, 그 창백한 형광등 불빛을 향해 걸어가며 어깨를 짓누르는 쌀자루의 무게를 느낍니다. 평생 책과 종이, 문자와 정보에 허덕이며 비틀비틀 걸어온 자신의 발소리를 그제야 듣게 된 것이지요. 집에 돌아온 그는 쌀자루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고 내려놓기 위해서, 이 빈방을 물질이 아니라 영혼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 기도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쓰인 시가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고 고백하며 시작하는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입니다. 그것은 저자에게, 마감에 쫓기며 쓰던 글과는 다른, 원고료로 환산할 수 없는 글이었습니다.
이어령은 말합니다. 먹을 것이 족하고 목을 적실 물이 넘쳐나도, 추위를 막아주는 단단한 벽이 있어도 어디엔가 나처럼 무거운 쌀자루를 내려놓고 빈방에 앉아 몰래 기도를 드리는 무신론자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겉으로는 강한 체 오기를 부려도 누군가 옆에서 사랑한다고 손을 내밀면 금시 울음을 터뜨릴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말이죠.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는 누구나 그리고 매 순간 혼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우리가 혼자 식탁에 앉아 있어도 “이것이 내 살이니라, 이것이 내 피다”하며 빵을 저미어주시는 예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하고 저자는 묻는 듯합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목숨 속에, 나의 숨결 속에 늘 함께하시는 하나님


저자는 자신이 세례를 받게 된 까닭이 어쩌면 ‘죽는다는 걸 생각하며 살라’를 의미하는 라틴어 문장 ‘메멘토 모리’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고는 친구도 없이 혼자 보리밭 길을 굴렁쇠를 굴리며 지나가다가 눈물이 터졌던 여섯 살 무렵을 회상하지요. 귀가 멍멍하도록 고요한 대낮에 새하얀 햇빛 한복판에 서서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던 그날을. 그리고 밤에 혼자 눈을 떴을 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죽은 듯이 주무시는 어머니의 코에 고사리 같은 손을 대었을 때 느껴지는 숨결까지도. 죽음과 삶은 나뉘는 것이 아니라 늘 서로의 곁에 있는 짝임을, 하나님은 손을 뻗기만 하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계셨음을 그때부터 깨달은 듯하다고 뒤늦게 고백합니다.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는 생명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슬픈 한계이자 조건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릎을 깨뜨리거나 코피가 나면 엄마를 부르며 집으로 달려가는 아이처럼 상처를 입어야만 하나님을 부르며 달려갑니다’(98쪽).
그래서일까요. 교토의 일기장은 거의 한 달 가까이 병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병은 자신의 몸 전체를 느끼게 합니다. 이국땅에서 감기에 걸린 아내와 통화하면서 사람들은 서로 떨어져 있으며 각자가 각자의 아픔을 앓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지요. 그렇기에 인간은 혼자 병을 앓아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존재는 병이고 사람은 병을 통해서 남과 어울리기 때문에, 우리에겐 서로 걱정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어쩌면 종교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겠죠. 저자의 표현대로 병은 종교에 다가가는 지름길인 것입니다.

지상의 아버지와 하늘에 계신 아버지
딸을 통해서 내 지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저 높은 세상을 보았습니다


지성에서 영성으로 가는 첫번째 계단, 생애에서 가장 긴 한 해처럼 느껴진 교토에서의 1년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온 저자는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심정이 됩니다. 회개 없이 돌아온 탕자로, 무신론자의 기도도 잊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다 딸 이민아 목사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전화를 받기 전의 삶으론 돌아갈 수 없는, 그런 한 통의 전화를 말이죠.
아내와 함께 급히 딸이 있는 하와이로 달려갔던 날, 딸아이는 실명하게 되었다는데 야속한 세상은 너무나도 눈부시고 아름답습니다. 산호초의 바다는 밑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유리알 같았죠. 그러나 그 순간에는 하늘과 땅 어디에도 빛이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이 깜깜하기만 합니다. 그때 아버지 이어령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오, 하나님”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이애가 다시는 내 얼굴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머니의 웃는 얼굴과 아버지의 미소를 보지 못한다면, 이 집에 있는 모든 것, 산과 바다와 길거리의 색채가 있는 모든 것, 형태가 있는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주님의 딸에게 어찌 그러실 수 있습니까.
너무하세요, 하나님. 저렇게 하나님 아버지를 믿고 따르는 당신의 딸에게 왜 그 많은 수난을 내리시는지요. 암으로도 모자라 이번에는 실명입니까. 아픈 아이 때문에 학교를 찾아다니느라 눈물이 마르지 않은 아이에게 무슨 눈물이 남아 있기에 또 울리십니까.
민아는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걱정 마요. 아무개 목사님은 어려서 실명하신 분인데도 우리보다 더 잘 보셔. 더 많은 것을 보실 수 있다고 했어요. 늘 밤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그 깜깜한 세상에서도 낮에 본 모든 형상과 빛이 보이지 않나요? 아버지의 얼굴, 어머니의 손. 소리가 말해주고 냄새가 느끼게 하는걸요. 아빠 엄마가 걱정할까봐서 그렇지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_153~154쪽

저자는 불행과 절망 속에서 딸을 지켜주고 위로하고 새 삶으로 인도해주신 분이 지상의 아버지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임을 고백합니다. 자신은 행복한 장면 속에서만 함께했을 뿐, 딸이 혼자 아이를 기를 때, 암에 걸려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때, 아이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 매일 밤 울고 지낼 때, 자신은 곁에 있어주지 못했음을 아프게 인정하면서요. 저자는 딸의 고통 앞에서 믿지도 않았던 주님에게 난생처음으로 경건한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하나님, 사랑하는 딸에게서 빛을 거두지 않으신다면 남은 삶을 주님의 자녀로 살겠나이다’라고.

손을 놓치지 마
누구의 손이든 힘이 없어질 때 놓치지 않도록 꼭 잡고 걸어야 한다


하나님은 어째서 이토록 비정하리만큼 당신께서 예비한 순서대로 세상일을 관장하여 운전하시는 걸까요? 이민아 목사는 한국에 와서 망막이 나았다는 기적적인 판정을 받게 됩니다. 남몰래 올렸던 기도와 약속을 지켜야 할 때가 온 것이죠. 이민아 목사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4월 새벽, 교회에 가는 딸을 배웅하다 저자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치고 맙니다. “민아야, 나 세례받는다고 해. 목사님께 말해.”

그랬지요. 4월의 새벽 봄빛이 그렇게 빛나지만 않았더라도 새벽 공기가 푸성귀처럼 그렇게 풋풋하지만 않았더라도 결코 나는 그렇게 외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 세례받는다”라고. 아! 하나님. 어쩌자고 자신도 없으면서 이런 맹세를 했을까요.
먼 데서도 민아의 눈에 아침 이슬이 맺혀 있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지요.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땅에 있는 아버지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하나님을 향해 내 딸 민아는 그렇게 외치고 있었을 것입니다. _164쪽

저자는 크리스천으로 가는 예정된 길 앞에서 조용히 기도를 올립니다.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믿음을 내려달라고. 두드리지 않아도 문을 열어주시고 구하지 않고 도망쳐도 길을 막아 영성의 길을 열어달라고. 그리고 조금만 더 방황하게 해달라고. 옛집 뜨락에 조금만 더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세례와 그 이후

세례를 받기로 결심한 뒤 저자는 묻습니다. 나의 일생이 하나님의 뜻대로 가고 있는 걸까? 나는 왜 칠십이 훨씬 넘어 이제야 여기에 온 것일까? 하나님은 사람을 잘 쓰시는 분이니 나의 쓸모도 반드시 있는 거겠지? 이어령은 생각합니다. 평생을 탕자로 돌아다니다가 뒤늦게 깨달은 것을 얘기하면 믿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 달라질지 모른다고요. 그게 어쩌면 자신의 쓰임일 것이라고요.
2007년 7월, 보통 때 같았으면 부끄러워서 몰래 숨겼을 눈물을 세례를 받으면서는 왈칵 쏟고 말았습니다. 왜 울었을까요. 슬픔인가, 감동인가, 회개인가, 그것도 아니면 감사였을까요. 저자는 말합니다. 그에게 영성의 세계는 이해하거나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그것은 절망을 계기로 던져 넣어지는 것이라고. 저자에게 세례는 물로 씻는 의식이 아니라 가슴 깊이 묻혀 있던 온천수의 수맥을 퍼올리는 것과 같았다고 합니다. 그게 어쩌면 그때 흘린 눈물이었을 거라고. 누구나 가슴 깊이 파고 들어가면 거기 영성의 수맥이 흐르고 있다고 말입니다. 목마른 사슴이 골짜기에서 간절히 물을 찾듯이 우리는 영혼의 목마름을 적시려 교회로, 주님에게로 찾아갑니다. 그것은 인간이 어둠 속에서 서로에게 켜준 연약한 사랑의 빛이자 우리가 평생을 두고 절실하게 찾고 기다렸던 영성의 불빛일 것입니다.


◎ 딸 이민아 목사의 간증

그때 2004년에 우리 아이가 열두 살이 되었을 때 제가 아무리 기도해도 낫지 않는 아이 때문에 절망해서 밤새도록 울면서 기도하고, 아침에 습관처럼 QT 책을 봤을 때, 사도행전 3장 말씀이 본문, 생명의 삶 본문이 있었습니다. 베드로가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 했을 때 태어났을 때부터 절름발이었던 거지가 그 말씀을 믿음으로, 그 즉시 일어나서 걸었다는 그 본문을 읽으면서 더이상은 내 힘으로 살 수 없다는 그런 울부짖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앞에 엎드려서 기도했습니다. 말씀을 펴놓고 “주님, 예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다는데 이 말씀이 진리라면 왜 은과 금은 없거니와 내게 있다고 베드로가 얘기한 예수님은 내게 없습니까? 왜 내가 기도하면 우리 아이는 낫지 않습니까? 주님, 정말 지난 7년 동안 제가 열심히 기도했는데, 하나님 열심히 믿고 사역도 했는데, 우리 아이가 왜 낫지 않습니까? 왜 저에게는 능력이 없습니까?”라는 가슴을 찢는 기도가 성령님이 저 대신 하셨던 탄식과 함께 나오기 시작했어요. _299~300쪽

“하나님 아버지, 아버지가 저를 사랑하시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 유진이를 제가 사랑하는 것보다 더 사랑하시는 분인 것을 믿습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고, 저의 길과 하나님의 길이 너무나도 다릅니다. 그러나 저의 길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길을 택하겠습니다. 저의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생각을 믿겠습니다. 저는 주님이 저를 사랑하시고, 저의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가장 좋은 것을 주셨음을 믿습니다. 지금 이 아이가 천국에 가는 것은 죽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않겠고, 죽어도 살겠다’ 하는 그 부활의 생명을 우리 아들에게 주셔서 요한계시록 21장 말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씀, 예수님이 있는 보좌에 우리 아들이 있음을 저는 믿습니다. 그곳에는 눈물도 없고, 죽음도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도 없고, 예수님 앞에서 유진이가 엄마 아빠 이혼하고 힘들었던 기간에 흘렸던 모든 눈물들 다 씻어주시고, 그래도 삐뚤어지지 않고 엄마 아빠 사랑하는 좋은 아이로 잘 길러주셔서 우리 아이의 장례식에, 사랑하는 사람들로만 가득하게 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25년 동안 미워하는 사람, 상처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이 모두들 그리워하는 아이로 저에게 주셨던 것도 너무 감사합니다. 이 아이 대신 어머니 아버지 사랑 못 받고 하나님 모르는 아이들에게 저를 보내주시면, 제가 그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사역하고,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청소년 사역비전, 중보사역을 하겠습니다”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게 하셨어요. _322~323쪽


* 이 책은 2010년 4월 15일에 발행된 개정판(제3부의 강연 녹취 내용상의 오류를 전면 수정), 2010년 8월 13일에 발행된 신개정판(보다 세부적인 수정 및 보완), 2013년 11월 13일에 발행된 최신개정판(저자가 교토에서 쓴 일기를 토대로 하는 제1부에 내용을 더함)에 이은 개정신판입니다. 최신개정판에 빠졌던 이민아 목사님의 간증을 되살렸습니다.
이어령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했고,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으로 활약했으며,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으로 편집을 이끌었다.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과 식전 문화행사, 대전 엑스포의 문화행사 리사이클관을 주도했으며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냈다. 1980년 객원연구원으로 초빙되어 일본 동경대학에서 연구했으며, 1989년에는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소의 객원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2010년 <디지로그 사물놀이>를 기획하여 공연했고 「중앙일보」 상임고문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대표 저서로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생명이 자본이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젊음의 탄생』 『짧은 이야기, 긴 생각』 등의 에세이가 있고, 『장군의 수염』 『환각의 다리』 등의 소설과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펴냈으며, 희곡과 시나리오로 「기적을 파는 백화점」 「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 「사자와의 경주」 등을 집필했다. 어린이 도서로는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시리즈를 펴냈다.
시리즈 소개 | 세트 | 세트낱권구성
이어령,강창래 / 알마
가격: 15,000원→13,500원
이어령 / 포이에마
가격: 15,000원→13,500원
이어령 /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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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 열림원
가격: 19,800원→17,820원
이어령 /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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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이어령 저서 세트(전5권)
저자이어령
출판사갓피플몰
크기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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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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