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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선집은 그간 20여 년간의 시작(詩作)의 정리이다. 이를 통해 솔직히 고백하거니와 절편(絶編) 한 편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입때까지 시적 성과가 날리는 먼지와 같아 부끄러움 감출 데 없다. 그러함에도 이제는 더욱 정진하여 시에 대한 사랑과 결의를 다지고, 절박감으로 남은 이 살이를 시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으로 나의 시성(詩城)을 쌓으리라 다짐한다. 시와 아울러 나의 삶을 돌아볼때, 부족함은 물론 죄의구렁에서 뒹구는 모습을 보았고, 그러므로 해서 참회하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음에도 시화 합일(合一)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기로 결심하였다. 아울러 이 시선집을 번역 하면서 나의 시의 부실(不實)을 다시 한번 느꼈고,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게 된 것은 커다란 수확이었다. 바야흐로 이제는 지구촌 시대여서 나의 짧은영어로, 운(韻)도 제대로 모르면서 이를 기초로 영역을 하였다. 부족과 미진(未盡)을 질타하여 주시고, 내일에 기대를 걸기로 한다. -2003년 9월 중평재(中平齋)에서 이종우-

*빈자(貧者)의 화원(花園)*

거침없이 사는 헐벗은 이,
웃는 낯이 곱다.
며칠이고 몇 달이고 초라한 꽃밭에
피이는 꽃잎 그는 속에 누워
화사한 이유(理由)를 찾으려 했다.

고정(固定)된 뿌리와 정지된 분위기(雰圍氣),
그만큼의 하늘과 햇빛을 받으며
수천의 씨들이 태어나는지
그 이유(理由)를 찾으려 했다.

군소리 없이 자라는 줄기에
비하면
나의 등은 휘어 있구나.

며칠이고 몇 달이고 헤매이며.

(p. 110)

자서
시세계

I. 참회의 뜨락(2000)

1. 성호(星湖) 선생 묘에서
2. 금강산(金剛山)은 그대로 인데
3. 산행(山行)
4. 봄은 썩은 열정을 잔인하게 자르리니
5. 운주사(芸柱寺)에서
6. 이제 하늘이 보이네
7. 산과 사람
8. 다시 사랑이여
9. 사이버 친구여
10. 여인을 그리며
11. 게이샤를 그리며
12. 늘 봄
13. 참회의 뜨락 1
14. 참회의 뜨락 3
15. 참회의 뜨락 5
16. 참회의 뜨락 10
17. 참회의 시대
18. 떨어진 꽃잎의 그림자에도
19. 지옥기
20. 어머니
21. 없네
22. 홀로 라는 말은 없어
23. 또, 임진강에서
24. 여행의 끝
25. 실종

II. 이 시대 살아있는 시를 위하여(1995)
26. 서울 풍경
27. 뼈대와 땀
28. 불감증(不感症)
29. 목이 마르다
30. 이 시대 살아있는 시를 위하여
31. 개심사(開心寺)에서
32. 보이지 않는 화상(火傷)
33. 저 험한 거리를 향하여
34. 아시아의 혼(魂)을 위하여
35. 옛 친구
36. 흙이 되어 만나도
37. 그대들의 해맑은 웃음 속에
38. 교실에 서서
39. 새롭게 거듭나기를 위하여

III. 환상이 실재될 때(1988)
40. 지하철을 타러
41. 이 땅의 형제여
42. 빈자의 화원
43. 임진각의 오후
44. 싶다
45. 한강을 건널 때면
46. 행복(幸福)
47. 사랑은
48. 무궁화를 바라보며
49. 소백산정에서
50. 거꾸로 가는 시계의 현재 시간이 맞다면
51. 시작(詩作)에 대한 한 느낌

IV. 사랑과 죽음 사이(1975)
52. 봄을 위한 소곡(小曲)
53. 사르비아
54. 활화산(活火山)
55. 어둠 속에서
56. 미지(未知)의 해변(海邊)
57. 해변의 혼(魂)을 위로하기 위하여
58. Bolero

한영 시선집을 끝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