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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신학자
김세윤 박사의 탁월한 정선 논문 모음집
예수와 바울

저자는 간접적인 방증을 통해 예수의 메시아로서의 자기 이해,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의 진정성, 예수의 성전에 대한 태도, 예수의 죽음 해석, 바울의 복음의 기원, 바울서신서에 나타난 예수 전승 등을 조목조목 꿰어서 "예수와 바울"의 연속성을 객관화하여 항변해 나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신약신학의 제 문제(topic)와 관점들을 드러내 줄 뿐 아니라, 그에 대해 과감히 '반론적이면서도 변론적인' 태도로 기독교 복음의 진수를 명쾌히 설명해 주기 때문에 그만큼 '무게 있는' 책이다. 한편, "민중신학"과 "그리스도인의 구원과 고난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등의 글은 평신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복음과 고난의 문제에 대해 성경적인 해답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본문 387-390, '10. 바울 서신들에 있는 예수 전승' 중에서]

3. 신학과 자세에 있어서의 연속성/유사성

이와 같이 바울은 분명히 단지 몇몇 경우에서만 예수의 말씀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고린도전서 7장 10f절과 9장 14절에서 보여 주듯이 그런 경우들에서도 예수의 말씀을 문자적으로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두 개의 어휘들을 사용한다든지 예수의 말씀의 형식을 끌어다가 쓴다든지 하면서 그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한다(represent). 이런 현상은 문자적인 평행을 바울의 말이 예수의 말씀을 반영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유일한 잣대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내용상의 평행이 반드시 고려되어져야 한다.

앞서 우리는 바울의 말들과 공관복음서에 보존된 주의 말씀들을 어휘, 형식 그리고 내용 면에서 비교함으로써 바울이 예수의 말씀을 암시하거나 또는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을 검토해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때로 비유사성의 원리(the principle of dissimilarity: 즉 예수의 말씀과 유사한 바울의 말은 오직 예수의 말씀으로부터만 유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예수의 말씀은 구약 유대교나 헬레니즘과는 상이한 독특한 것이기 때문이다)와, 일치의 원리(the principle of coherence: 바울의 진술은 예수의 말씀과 매우 유사하며 잘 일치한다)에 근거하여 그 개연성 또는 가능성을 논증하였다. 물론 여기에는 상당한 주관성이 게재되어 있다.

어떤 이들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암시들 또는 반영들이 더 있지 않을까 궁금해 하는가 하면, 다른 이들은 앞서 토론한 것들 중 많은 경우들을 거부할 것이다. 심지어 바울의 말이 예수의 말씀을 분명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 같은 곳에서조차 최소주의자들은 바울이 그 말씀을 예수의 것으로 의식하고 있는 가운데 진술하고 있는지 여부를 문제 삼으려고 애쓴다.

이런 상황에서 보다 신빙성 있는 판정을 위한 또 다른 기준은 없는가? 여기서 바울과 예수 사이에 신학과 자세에 대한 연속성과 유사성이 하나의 기준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손치더라도, 적어도 하나의 요인으로서는 틀림없이 고려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와 바울의 칭의 교리 사이에 진정한 연속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널리 인정되어 왔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독특한 예수적 용어인 '하나님 나라' - 이것은 다른 곳에서는 대단히 희귀하다 - 를 바울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8회 이상) 자체가 이미 의미심장하다. 예수와 마찬가지로 바울 역시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롬 14:17; 고전4:20; 골1:13; 4:11)과 미래성(그 외의 모든 다른 관련 본문들) 모두를 가르친다. 하나님 나라는 성령을 통하여 구원하는 능력을 나타낸다(고전 4:20/ 마태 12:28/ 누가11:20).

'하나님 나라'는 오직 의인 또는 그 나라에 합당한 자들(고전6:9; 살전2:12; 살후1:5; 갈5:21/ 마5:20, 10) 또는 하나님을 '압바'(abba)로 호칭하는 하나님의 자녀된 자들(cf. 롬 8:15-17; 갈 4:6f/ 막 10:15pars)만 '상속받을' 것이며 자연인이나 죄인들은(고전 15:50; 갈5:21) 받지 못할 것이다.

바울이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 비유들을 통해서 (마20:1-16; 눅7:36-50: 15:11-32; 18:9-14; 막 1:40-45) 그리고 하나님 나라가 '오다' 하나님이 그것을 '주시다', 인간은 (그것을) '받다' 또는 '상속받다' 와 같은 언어를 통해서 예수가 주장한 하나님 나라의 초월성과 은혜성에 대한 강조와 일치한다. 예수가 율법을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이중 계명들로 요약한 것과 그 당시 유대교의 율법 이해를 비판한 것, 그리고 그가 안식일법, 금식법, 정결법, 식탁 교제법 등을 무시한 것은 바울의 율법에 대한 가르침과 칭의의 수단으로서의 '츌법의 행위들'에 대한 비판과 밀접하게 상응한다.

예수가 자신의 하나님 나라 선포에 응하는 가난한 자들을 축복하고 율법에 따르면 죄인들인 자들을 보살핌은 바울의 이방인 선교뿐 아니라 그의 오직 은혜로만(sola gratia) '불경건한 자들을 의롭다 함'의 교리와도 연속적인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중심으로 한 예수의 가르침은 바울의 칭의 교리만이 아니라 바울신학 전체와 긴밀히 상응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부활 이후의 교회의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예수가 하나님 나라 선포를 통하여 하셨던 약속, 즉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과 부요함 속에서 사는 하나님의 백성(또는 자녀들)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은 그의 대속과 언약을 세우는 죽음으로 실현되었으며, 이것은 하나님께서 예수를 부활시킴으로써 확증된 것이다.

따라서 부활 이후의 교회는 기본적으로 약속과 초청의 성격을 지닌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를 계속 반복하기보다는 자연히 예수의 죽음(과부활)으로 이미 완성된 구원의 복된 소식을 선포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예수의 십자가 상의 죽음을 자신의 선포의 핵심으로 삼으며, 칭의. 화해, 양자됨, 새 창조, 성령 안에서의 삶, 변화 등과 같은 다양한 범주들과 그림언어들을 동원하여 예수의 죽음으로 완성된 구원을 해설하고, 의, 평화, 기쁨, 자유, 희망, 생명 등으로 구원의 축복을 설명한다.

이러한 범주들 / 그림언어들/ 축복들은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 가운데 명확히 또는 함축적으로 약속되었던 것들이다. 그것들은 이제 예수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유효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바울 서신들 안에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하나님 나라를 대치하고 선포의 핵심이 된 사실은 예수와 바울 사이에 어떤 불연속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이처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복음으로 대치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서문

1. 예수의 세례와 시험
2.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와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실존
3. 하나님 나라와 그리스도인들의 정치
4. 예수와 성전
5. 스가랴서와 예수의 자기 이해
6. 신약에 있어서 예수의 죽음의 해석
7. "민중신학"은 기독교 신학인가?
8. 신약에 있어서의 평화
9. 바울의 복음의 기원
10. 바울서신들에 있는 예수 전승
11. 사도 바울의 큰 비전
12. 바울이 로마서를 쓴 목적
13. 그리스도인의 구원과 고난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

부록 : G.Klein, "바울 연구에 있어서 격렬한 논쟁의 한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