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함 목사는 공적 생애 60여 년간 미국의 11명의 대통령들과 인간적이고도 영적인 관계를 맺었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그것이 부정적인 측면도 있고 또 정치적인 경향을 띤 적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인간이 아니 한 목사가 보여줄 수 있는 파워풀(powerful)한 영적인 삶에 관한 이야기가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신앙인들에게 신앙과 정치, 신앙과 국가, 그리고 신앙과 사회 문제의 관계를 다양한 시각을 갖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신앙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직적으로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수평적으로는 인간과의 관계가 긴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하나님 때문에 세상과 거리를 두어야 하고 어떤 때는 하나님 때문에 세상에 참여해야 합니다.

거리두기와 참여 중 어느 한 지점에 선다는 것이 신앙의 정답은 아닙니다. 그만큼 신앙과 정치 그리고 사회참여는 역동적인 관계입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하지만 그래함 목사는 하나님 앞에서 나름대로 정직하려고 애를 쓰면서 자신 앞에 당면한 신앙과 정치를 포함한 삶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앙적 입장을 절대적인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은 대통령들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들을 목회한 것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함의 열정과 고뇌, 실패와 확신 속에서 참된 신앙의 길을 숙고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 가운데 하나임이 틀림없습니다.

이 책은 철저하게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즉, 단순하게 대통령들이나 그래함을 미화하기 위해 쓰여 진 책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대통령들과 그래함의 내면의 세계를 보다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들이나 그래함 목사는 세계의 거인들 이었지만 그들도 보다 큰 문제 앞에서 두려움과 불안에 떨었으며 갈 바를 알지 못해 방황하는 연약한 인간이었음을 새삼 바라보게 됩니다. 또한 대통령들의 통치 행위를 통해 미국의 정치의 변화무쌍한 여정을, 그래함의 사역을 통해 미국의 신앙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이 책은 소위 ‘기독교 국가’로 알려진 미국의 역사를 ‘빌리 그래함 목사’라는 필터(filter)로 조명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